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끊이지 않는 것이 국가간의 영토분쟁이다. 영토분쟁의 대상에는 이제 물리적인 영토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이버 영토가 포함되는 추세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도메인은 곧 사이버 영토를 의미한다. 먼저 갖는 사람이 모든 소유권을 갖는 것이다. 또한 누구나 도메인을 등록할 수 있다. 도메인은 크게 두개로 나눌 수 있다. 국제 도메인(.com, .net 등)과 국내 도메인(.co.kr, .ac.kr 등)이다.
최근에 나는 이런 이유로 많은 관심을 갖고 국제 도메인을 검색하던 중 뜻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명이나 문화유적, 생활풍속물들의 이름이 포함된 사이트를 동일인이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는 Seoul, Pusan, Inchon, Taejon, Taegu, Kwangju 등 주요도시와 Kimchi, Taekwondo, Namdaemun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유문물 및 상품의 영문표기도 상당수 있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확인결과 이들 사이트의 운영자나 회사 대부분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한 전자회사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뭘 의미하는 것인가. 사이트운영자가 일본인이건 아니건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의 땅과 정신을 강제로 빼앗아갔던 19세기 말엽의 서방 침략자들의 모습이 새로운 형태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예전의 우리 선조들이 당했던 아픔과 고통을 다시 겪을 수 없다. 정보와 컴퓨터, 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힘써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우리의 사이버공간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이 혹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의 국보 1호인 남대문을 인터넷에서 「www.namdaemun.com」 등으로 찾아볼 때 저질 포르노사이트가 나온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가 관심을 갖고 우리 것을 지켜나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그런 치욕스러운 날이 올 것이다.
사이버공간에서의 영토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시점에서 좀 더 눈을 돌려 우리의 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박홍조 ontec@ont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