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골드뱅크의 허상

 『면책특권을 앞세운 근거없는 주장으로 뻗어가는 벤처기업을 이렇게 죽여도 되는 겁니까.』 지난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골드뱅크의 주가조작과 헐값 전환사채 발행을 강도 높게 지적한 야당의 L 의원에 대해 이 회사 김진호 사장은 분을 참지 못했다. L 의원의 주장은 이렇다. 골드뱅크가 고가매수 주문방식을 이용해 주가를 터무니없이 올렸고 헐값의 해외 전환사채 발행으로 현재 정치권의 표적이 되고 있는 특정 금융인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었다는 것이다.

 L 의원의 주장은 사실 별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알 만한 기자들 사이에는 몇달 전부터 나돌았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당시 사실확인을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부인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 사장이 이번에는 법적 조치불사를 운운하는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정치권을 대상으로 싸우는 벤처기업을 편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냉담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골드뱅크가 더이상 벤처기업이 아니라는 인식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골드뱅크는 벤처정신을 상실했다는 표현이 적합한 듯하다.

 『벤처기업의 생명은 그야말로 벤처정신에 있다. 골드뱅크가 주목받은 것은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해 우리나라 인터넷 비즈니스를 태동시켰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후의 골드뱅크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농구단 인수를 비롯해 핵심 권력인사의 영입 등은 기술과 전문성을 생명으로 하는 벤처기업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 주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번 경우도 L 의원과 비슷한 지적을 한 여당 K 의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야당의원만을 물고 늘어져 볼썽사납다는 반응이다.

 「골드뱅크 신화」가 깨지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특히 지금 국내에는 골드뱅크를 본뜬 1차 성공 모델들이 즐비하다. 인터넷 비즈니스 2차 성공모델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재벌 흉내만 내고자 했던 골드뱅크의 행보가 이들에게 줄 영향 또한 적지 않다. 그래서 골드뱅크의 「현재」를 바라보는 마음이 더 답답한지 모른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