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컴퓨터업체의 한국 지사장 자리는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목표일 수 있다. 고액의 연봉에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는 명예로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 유명 컴퓨터업체의 지사장이라면 우리 정보통신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봉이나 명예 못지않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들어 국내 컴퓨터업계에서는 유난히도 많은 외국인업체의 지사장들이 바뀌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델컴퓨터·노벨·로터스·바안·어도비·BMC 등 내로라하는 컴퓨터 전문 외국인회사들의 책임자들이 교체됐다. 이제 한글과컴퓨터 인수 등을 진두지휘하던 김재민 사장이 떠난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새로운 지사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 언제나 그렇듯이 요즘 몇몇 유명 컴퓨터업체들이 사장교체설로 술렁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컴퓨터업계에서 그런대로 명성 있는 사람치고 외국업체로부터 지사장 제의를 받지 못한 사람은 이 분야에서 아직 제대로 크지(?) 못한 사람이 아니면 능력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일부 인사들은 최근 지사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그만 뒀다는 식으로 자가발전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문이다.
이처럼 선망의 대상이 되는 외국업체의 지사장 자리를 새로 맡기 위해 아니면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기존 지사장이나 발탁 유망 지사장들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단순히 본사 경영진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라면 임기를 연장하든 신임 사장이 되든 매출확대에 연연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이것은 결국 자신의 임기를 줄이는 결과가 된다.
한국 지사장들의 임명권은 전적으로 외국 본사에 있다. 그러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물러날 때를 제대로 아는 지사장은 다른 어느 누구보다 유능한 사람이다. 『자신의 가장 든든한 후원군은 바로 자신이 제공한 서비스에 만족하는 우리나라 고객』이라는 한 지사장의 말은 지사장 물망에 오르는 차세대 경영자들에게 그야말로 「의미있는 말」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