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텔레콤 99> 현장 스케치

 ○…4년마다 개최된다는 점과 참가규모가 비슷하다고 해서 통신올림픽으로 불리는 스위스 「텔레콤」 행사가 올해에도 올림픽에 비견될 만한 각종 신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전세계 100개국의 장·차관이 참석하고 1000여명의 내로라하는 IT업계 총수들이 대거 몰려오는가 하면 조직위에 등록된 취재기자만도 무려 200개국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텔레콤99 기간중 참가자들이 먹고 마시는 샴페인은 3만5000병, 포도주는 1만5000병에 이르고 맥주는 12만병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육류는 9톤, 야채가 30톤, 치즈와 생선이 각각 2톤과 1톤이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텔레콤99가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행사의 초점이 21세기 세계 정보통신 시장을 주도할 아이템으로 이동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과 정보제공(IP) 비즈니스, IMT2000 등 3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메이커들은 그동안 외면했던 이동전화 단말기의 소형·경량화에 다시 관심을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기능상으로도 기존의 단순한 음성전달 기능에서 탈피해 인터넷과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제품들이 모토롤러·알카텔·노키아 등에서 출시됐다.

 IMT2000 단말기의 본격적인 등장은 행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의 이슈다. 모토롤러와 파나소닉 등 세계 유수업체와 삼성전자·LG정보통신 등이 이번에 IMT2000 단말기를 선보여 관람객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LG정보통신은 IMT2000시스템 분야에서 세계적 업체들이 상용화 수준인 384Kbps 속도를 구현해 주목을 끌었다.

 네트워크 장비 분야의 특징은 종전에 음성만 제공하던 네트워크가 인터넷·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동시에 제공하는 차세대 네트워크(NGN)로 변모하고 있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델코티아가 모토롤러와 공동 생산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초고속인터넷을 지원하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망(ADSL)이 주목을 받았으며 ISDN 위주의 유럽에서 향후 새로운 가입자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됐다.

 ○…「JOIN THE WORLD」를 기치로 내건 이번 텔레콤 99이지만 참가국별, 혹은 업체별로 극심한 빈부격차를 보이고 있어 일부에서는 선진국 선진기업들만의 「돈잔치」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 기업들은 부스 확보, 전시공간 설계, 시연회 등을 위해 우리 돈으로 기업당 50억∼100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고 심지어 미국의 모 다국적기업은 부스 조명시설에만 12억원(100만달러)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는 반대로 소위 제3세계 국가에서 출품한 기업들은 1억∼3억원 가량의 예산으로 전시관 한 귀퉁이에 좁은 부스를 마련,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전시홀 배치 역시 세계적 기업과 한국기업들이 입주한 제5홀은 로열홀로 불리면서 관람객들이 발디딜 틈조차 없이 북적거리는 반면 제3세계 중소기업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독립된 홀로 밀려나 정보기술 세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적나라하게 표출하고 있다.

 ○…12일 여권의 신당창당 추진위원으로 전격 임명돼 이곳에서도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한 이상철 한국통신프리텔 사장은 『비록 신당창당 추진위원직을 수락했지만 결코 정치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 일각에서 점치고 있는 정계 진출설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여권 핵심부로부터 신당창당에 동참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처음에는 고사했다』며 『그러나 새벽(현지시각)에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는 전화를 받고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창당 추진위원에 위촉됐다고 해서 무조건 정치에 뛰어들라는 법은 없다』며 『현재의 프리텔 사장직 수행도 벅찬 만큼 정계 진출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네바(스위스) 특별취재팀

이택차장·팀장 etyt@etnews.co.kr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