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업체 PC공급처 전환 의미

 컴팩컴퓨터·HP·게이트웨이·후지쯔 등 세계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주요 PC업체들이 최근 PC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주 공급원을 종전의 대만업체에서 국내업체로 바꾸고 있다는 것은 최근의 국내외 PC시장 여건에 비추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대만이 지금까지 이들 해외 유명 PC업체에 상당한 물량을 OEM방식으로 공급하면서 세계 제일의 생산기지로서 아성을 굳혀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최근 세계 주요 PC업체들의 이같은 공급처 전환 움직임은 앞으로 국내 PC산업이 세계 최고의 생산기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현재 국내업체들이 이들 외국업체와 OEM 공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거래의사를 타진받은 물량이 무려 200만대로 올해 국내업체 생산량의 약 27%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PC산업은 크게 활기를 띨 전망이다.

 물론 외국 PC업체들이 OEM 거래처를 국내업체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최근의 대만 지진사태로 인한 공급불안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PC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향상되었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국내업체들은 CD롬드라이브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모니터 등 PC부품과 주변기기 산업이 크게 발전했고 최근에는 초저가 PC 수출을 기반으로 한 가격과 품질경쟁력이 높아졌다.

 하지만 제품의 시장경쟁력은 이런 한두가지 요인만으로는 확보할 수 없다.

 품질과 가격·기술력·마케팅·상표 등 모든 면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국내업체들은 외국업체들에 비해 가격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나머지 부분의 기술은 확실하게 내세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은 상대보다 앞서는 기술은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뒤지는 취약부분에 대해서는 부단한 보완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 어떤 일이든지 기술개발과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품질에서 선두를 지키기 어렵다.

 또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상대방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유지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무결점 제품을 공급하고 납기는 철저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 시장경쟁에서 가장 확실한 안전판은 질이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품질이 좋은 제품을 공급해야 상대방과의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상대방한테 신뢰를 얻지 못하면 지속적인 거래를 하기 어려운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아울러 외국업체에 대한 제품공급을 놓고 만에 하나라도 국내업체간 저가경쟁을 벌이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동안 드물긴 했지만 국내업체간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서로 피해를 본 사례가 없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밖에도 대만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칩세트 등 핵심부품에 우리나라가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해온 자본참여 문제를 비롯하여 생산설비·기술협력·마케팅 등 공동으로 전개해온 여러가지 대만업체와의 사업전략도 장기적으로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외국업체들의 한국으로의 OEM 공급처 전환조치는 한국산 제품의 대외경쟁력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