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전의 고집

 지난 4일 밤 7시 10분께 월성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감속재 펌프의 베어링을 교체하던 중 중수 50L가 누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원자로 건물내 삼중수소 농도가 증가하고 작업중이던 직원 22명이 피폭됐다. 98년 7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이후 1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한전측 설명대로 큰 사고가 아니라 고장이라 해도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한전의 태도다.

 한전은 내내 불투명한 보고와 감시체계로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

 한전은 사건발생 20시간이 지나서야 과기부 주재관에게 상황을 설명했는가 하면 중수 누출사고 발생사실을 발전과장 일지에 기록하지도 않았다.

 한전은 사건 자체의 은폐의혹을, 안전기술원과 과기부는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관은 『별사고가 아닌데 언론이 호들갑』이라고 언론 탓을 하고,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국민의 시각은 불안하기만 하다. 공기업·정부출연연구기관·정부 모두가 국민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추궁이 집중되자 한전은 빗나가는 답변으로 또다시 은폐의혹을 부풀렸다가 결국 현장 부소장의 「무모한 짓」 정도로 책임소재를 축소하고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한전은 또 수소누출로 원전안전의 경각심을 일깨운 국민회의 김영환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신문광고를 통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수소누출로 인한 화재는 이미 외국에서 7차례 이상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원전은 100% 이상이 없어야 된다. 방사능 누출과 관련이 없다 해서 아무일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는 식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원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국민을 설득해내기 어렵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왜 감추고자 했을까.

 이젠 대대적으로 개혁할 때다. 한전의 안전불감증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국민이 불쌍해진다. 원전의 안전은 투명성에서 담보되는 법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