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Y2K)」 문제를 우려한 기업들이 소프트웨어(SW)의 구입을 2000년 이후로 미루면서 이들 제품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전사적 자원관리 프로그램(ERP) 업체들의 매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돼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우선 약 110억달러로 추산되는 전세계 ERP 시장(97년 기준)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SAP사의 경우 1년전만 해도 매출액이 97년에 비해 43% 늘어나는 등 고속성장을 계속했으나 올해는 매출 증가율이 15∼20%선으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또 지난해 21.6%를 기록했던 순이익률(세전)도 올해는 20%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파이낸셜 타임」은 분석했다.
피플소프트·반 등 다른 ERP 업체들도 예외 없이 매출부진 및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독일 반사의 경우 작년부터 Y2K로 인해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견, 영업조직을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가까스로 적자를 모면했다.
반면 오라클의 경우는 ERP 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매출액과 순이익 등이 모두 다른 경쟁회사보다 양호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주력상품인 DBMS 매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인터넷 관련 사업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하고 있다.
SAP도 최근 인터넷 관련 사업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불황극복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제조 및 유통업체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SW인 「디멘션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올 상반기 이 회사 총 매출의 8%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SAP는 또 최근 고객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www.mysap.com)를 별도로 개설, 제품 설명은 물론 IT시스템 운영 관련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전문가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SAP 측은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SW 판매가 증가하면, 경상비 지출 절감 등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골드만삭스」도 이에 따라 SAP사의 매출 및 순이익률이 내년부터는 크게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