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73)

 「어음 와리깡」이라고 말하는 이 할인은 자금이 부족한 기업이 겪게 되는 독소적인 것이었다. 왜냐하면 상장 어음이 아닐 경우 사채시장을 통해 할인되는 이자는 상당히 높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 위해 고리대금을 써야 했다. 공장을 가동하고 기업 규모가 커지자 나는 경력사원으로 무역회사에서 일했던 유성진 과장을 채용했다. 무역회사라고 하지만 실제는 조그만 오퍼상에서 다른 사람과 동업을 하며 미국과 일본에 의류를 수출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거래하는 은행지점장 김지식이 천거해준 사람이었다. 그때 지점장은 그를 추천하면서 사채시장에서 발이 넓어 어음 할인은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어음을 왜 할인하는가, 그냥 가지고 있으면 될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웃었다.

 은행에 넣은 어음 결제가 자주 돌아오면서 긴박해지는 이유를 분석하면 그것은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활동범위가 확대되어 경상비와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만큼 제품 납품으로 들어오는 돈이 모자랐다. 더구나 수익이라고 해야 고려방적 한 군데에서 들어왔는데 3개월 이상의 약속어음이었다. 당장 현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어음을 할인해서 돌렸고 그것으로 충당이 되지 않자 나의 회사어음을 할인하거나 거래처에 주었다.

 현금이 아닌 종이조각으로 먼저 결제하는 일이 상당히 편리한 것으로만 믿었던 나는 곤욕을 치렀다. 내가 일본에 가 있을 때도 경리과장 유성진으로부터 잔고가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

 『잔고가 없으면 어음을 주고 돈을 빌려 봐요.』

 『우리 어음은 잘 믿지 않아요.』

 『저번에 사채하는 홍 사장한테서 바꾸었잖아요.』

 『홍 사장이 얼마나 약은 너구리인데요. 한 곳에 많이 물리지 않으려고 해요. 저번에 우리한테 3천을 추렴해 주었는데, 더 이상은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얼마가 더 부족한데?』

 『오늘 당장 2천5백을 막아야 합니다.』

 『2천5백만원 정도는 유 과장이 할 수 있잖아요?』

 『얘기해 볼 만한 곳에는 모두 했습니다. 내가 잘 아는 파이낸스 한 군데 있는데, 그 여자는 외국에 나가서 이틀 후에 온답니다.』

 『돈놀이하는 사람이 여자요?』

 『네, 뒤에 돈깨나 있는 애인이 있는 걸로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