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국 메이저사의 횡포

 우리나라가 IMF라는 사상 유례없는 환난을 겪으면서 영상분야의 변화된 특징을 꼽으라면 단연 삼성·대우·현대 등 대기업들의 영상사업 퇴출과 새로운 영상 제작사들의 출현이라 할 수 있다.

 소싱에서부터 유통까지 담당했던 이들 대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세음미디어·우일영상·영유통 등 중견 비디오제작사들이 활발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입지에 예전처럼 파워가 없다는 게 문제다. 20세기폭스·콜럼비아트라이스타 등 이른바 5대 비디오 업체들의 영향력은 거세지는 반면 이들 중견 비디오제작사의 자기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이 버티고 있었던 IMF 이전에는 그나마 힘의 안배가 보였다. 그러나 작금의 유명 비디오 업체의 행태를 보면 보증금이 없으면 비디오를 제작해 유통시킬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됐다. 대작의 경우 선금을 먼저 지불하지 않으면 작품을 주지 않는 등 되레 거래조건이 악화돼버렸다.

 「미니멈개런티(MG)」라는 악조건은 관행이 됐다. 흥행에 성공한 화제작일 경우 미니멈개런티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워너브러더스가 스타맥스를 통해 배급에 나서는 「매트릭스」의 미니멈개런티가 무려 11만개에 달한다는 후문이고 보면 유명 비디오 업체들의 횡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판매수수료율에 대한 메이저 비디오사들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우리 영화 비디오 판권의 경우 유통마진이 대략 18∼20% 정도. 반면 이들 메이저 업체의 비디오 판매수수료는 고작 13.5∼16%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 메이저사들의 유통마진이 이 지경이다 보니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를 만드는 업체들도 이들의 유통망을 통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국내 비디오 유통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힘 없는 국내 비디오제작사들이 외국 직배사들의 위세를 당해낼 재간이 있겠습니까. 그나마 그들의 작품을 받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 조차도 다행』이라는 한 업체 관계자의 자조섞인 말에는 IMF 이후 나타난 국내 비디오산업계의 힘의 공백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