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11)

e베이 맥 휘트먼

 99년판 레드 해링은 바비 인형에 멕 휘트먼(Meg Whitman·41) e베이 CEO의 얼굴을 합성한 커버스토리 사진을 실었다. 기사의 제목은 「e베이, 인터넷의 가장 섹시한 비즈니스 모델.」 여성 CEO에게 성적인 매력을 기대하는 것은 IT 잡지들의 오랜 관습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휘트먼이라면 이 잡지는 실수를 한 것처럼 보인다.

 멕 휘트먼은 타고난 여장부다. 주부지만 맹렬여성이었던 어머니에게서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랐다. 여섯살 때 휘트먼은 네명의 형제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알래스카까지 3개월동안이나 캠핑을 떠났다. 휘트먼이 심하게 장난을 치자 어머니는 아이를 캠핑카 밖으로 쫓아내 알래스카의 고속도로를 뛰게 했다. 휘트먼은 트럭 뒤에 매달려가는 벌을 받기도 했는데 지나가는 차들이 무슨 문제가 있냐며 경적을 울리자 귀찮아진 어머니는 「우리는 괜찮아요(We′re OK)」라는 사인까지 써붙였다.

 이렇게 자란 휘트먼은 친구들의 기억에 의하면 디스코가 유행하던 70년대 프린스턴대학 기숙사에서 댄스 클럽에 가는 대신 월스트리트저널을 읽는 유일한 학생이었다. e베이 사장이 되기 위해 보스턴의 외과의사인 남편에게 사표를 내게 하고 두 아들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옮겨오게 만든 것도 휘트먼같은 여성이 아니라면 힘든 일이었다.

 97년 11월 헤드 헌터가 찾아와 이름 없는 실리콘밸리의 신생업체 e베이사의 CEO로 옮기라고 설득했을 때 그의 대답은 물론 「No」 였다. 프린스턴과 하버드 MBA라는 최고의 학벌로 컨설팅업체 Bain&Co를 거쳐 월트디즈니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북미 최대 꽃배달 체인 FTD(Florists Transworld Delivery)의 CEO 등 블루칩 회사 중역만 골라 맡았고 장난감업체 하스브로로 옮겨 온 지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헤드 헌터의 끈질긴 설득에 못이겨 새너제이의 e베이 사무실을 둘러본 휘트먼은 인터넷 경매가 수많은 네티즌들을 열광시킬 매력적인 사업임을 직감했다. e베이는 골동품부터 스포츠기념품·컴퓨터·장난감·인형·동전·보석·우표·책·잡지·음악·도자기·유리제품·사진·전자제품까지 분류항목만도 1000여종이 넘는 초대형 중고시장이었다. 웨딩케이크 장식을 수집하는 여성부터 한밤중에 e베이에 접속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주부들까지 웹마스터에게 쏟아지는 편지를 보자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CEO 취임 후 e베이가 고속성장을 계속한 덕분에 휘트먼은 올해 최고의 스톡옵션을 보유한 여성 CEO로 떠올랐다. 그는 요즘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매를 결합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조하려 애쓰고 있다. 최소한 5000달러에서 1만달러의 고가 경매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오프라인에서 경매 하우스를 운영해온 버터플라이&버터플라이사를 인수했다.

 또한 휘트먼은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 아래 LA를 테스트시장으로 경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센터에서는 자동차라든가 보트, 부동산, 대형 가전제품 등 쉽게 운송하기 힘든 물품들을 거래한다.

 휘트먼은 e베이의 상장을 주도해 거부가 된 지금도 지치지 않는 정열로 회사홍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타 주지사와 기자회견을 하고 워싱턴으로 날아가 전국언론인클럽에서 인터뷰를 한 다음 다시 온라인 사생활 침해에 대한 토론회에 참가하는 식으로 그의 하루 일과는 빈틈이 없다.

 e베이의 CEO가 된 오늘까지 멕 휘트먼을 버티게 한 것은 캠핑카를 따라 고속도로를 뛰게 했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강인함과 승부근성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