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트렌드> LG전자 구자홍 부회장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아날로그 경영에서 디지털 경영으로 바뀌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의 경영관심도 종전과 달리 환경변화에 맞게 변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처럼 꽉 짜여져 있는 틀속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헤쳐 나가는 최고경영자의 경영화두를 주1회씩 게재한다.

<편집자>

 『디자인하는 능력을 키워라.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설계해야 한다. 신용과 지식, 네트워크 관리가 모두 자신의 디자인 역량에서 출발한다. 디자인 역량이야말로 21세기 경영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량이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경영을 선언한 LG전자의 구자홍 부회장은 디지털 시대에 생존하는 10가지 법칙 중 하나로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가전제품의 보급은 포화상태여서 제품성능만으로는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부추길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전제품 시장에서 승부는 성능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제품과 연결시키는 데 달려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패러다임이 개인화 추세에 따른 제품과 제품간 상호 작용 등 시스템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환하게 됨으로써 디자인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의 구 부회장은 『꿈을 실현하는 디자인이야말로 디지털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힘』이라면서 틈만 나면 디자인을 강조한다.

 구 부회장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게 높다. 구 부회장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말로만 외친 것이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개인적으로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의 「뉴밀레니엄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각 산업의 최고경영층에 디자인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된 「뉴밀레니엄 과정」을 수료하면서 제출한 보고서에서 구 부회장은 『뉴밀레니엄 과정을 통해 얻은 디자인에 관한 지식과 우리 CU가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디자인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디자인 주도의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디자인과 관련된 대외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취약한 국내 산업디자인 환경을 개선해 국가경쟁력 기반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발족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산업디자인특별위원회의 초대위원장을 맡아 대외적으로 「디자인 전도사」로 불릴 정도다.

 올들어 부쩍 디자인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구 부회장은 임직원들이 소홀하기 쉬운 디자인 부문을 직접 챙기고 있다. 아예 디자인을 전자CU 비전인 「디지털 LG」의 4대 핵심역량 중 하나로 설정하기도 했다.

 최고경영자가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사업부서의 임직원들도 새삼 디자인에 대해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 제품과는 달리 개인화 추세에 따른 제품과 사용자간 상호 작용과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요소 등을 염두에 둔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을 제품에 구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LG전자는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에 대한 투자도 늘려 나가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디자인연구소의 통합조정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각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능력 향상과 근무환경을 혁신하기 위해 200여억원을 들여 강남에 최신시설의 디자인연구센터를 설립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조업체들이 자칫 소홀하기 쉬운 디자인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구 부회장의 디자인 경영이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자못 궁금하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