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13)

잉크토미 에릭 브루어

 잉크토미는 라코타 인디언의 전설에 나오는 요술거미다. 가는 곳마다 온갖 마술로 아수라장을 만들어놓고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지만 위트와 기지를 발휘해 지하세계의 마왕을 물리친 영웅이기도 하다.

 이 마술사 거미가 이젠 인터넷 검색엔진을 더 빠르게 만드는 요술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이 섞인 거미집을 발견한다면 그곳이 잉크토미가 사는 곳이다.

 이 요술거미를 만든 사람이 바로 에릭 브루어. 잉크토미의 공동설립자 겸 수석연구원인 브루어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조교 시절 대학원생이었던 폴 구스너와 함께 패럴렐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야후나 알타비스타보다 더 빠른 검색엔진을 만들었다.

 두 사람이 캘리포니아 샌머테이오에 설립한 회사 잉크토미는 인터넷 포털을 표방하지 않는다.

 포털이나 글로벌 미디어센터를 희망하는 업체들에 강력한 검색엔진을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남기를 원한다.

 공동창업자 구스너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신천지의 스위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포털 전쟁에 휩쓸리지 않는 중립국으로 남아 원하는 모든 업체에 잉크토미를 공급하겠다는 것.

 만일 잉크토미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말쑥한 정장 차림의 신사가 아니라 기름이 찐득찐득한 작업복 바지를 입은 엔지니어가 될 것이라고 브루어는 말한다. 하지만 브루어 자신은 아주 말쑥하고 세련되게 차려 입는 기업가 스타일이다.

 UC 버클리 조교 시절에도 짙은 청색 셔츠와 검정 바지에 검정 구두를 단정하게 신고 BMW를 몰고 다녔다.

 주변에서는 그를 가리켜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고 한꺼번에 exe 파일을 돌릴 수 있는 멀티미디어적이고 다면체적인 인간형이라고 말한다.

 잉크토미의 핵심기술은 트래픽 서버다.

 대역폭에 따른 병목현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술을 채택해 더욱 빠른 검색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서버는 97년 잉크토미 매출의 1%에 불과했지만 1년 뒤에는 39%, 그리고 99년에는 거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에릭 브루어가 생각하는 잉크토미의 2차 발전모델은 전자상거래와 검색엔진을 접목하는 것이다.

 그래서 C2B 테크놀로지스라는 온라인 쇼핑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인수, 가장 싼 쇼핑몰을 가장 빨리 찾아주는 검색엔진 개발에 나섰다.

 잉크토미의 성능이 입증되면서 많은 포털업체들이 요술거미의 힘을 빌려 자사 사이트의 검색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핫봇(HotBot)이 첫 테이프를 끊은 후 GOTO, 야후, CNET 등이 잇따라 합류했다.

 최근 잉크토미는 초대형 증권회사 메릴린치와 CBS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아이원 컴(iwon.com)에 잉크토미에도 포털 솔루션을 공급했다.

 더 빠른 검색엔진과 포털 솔루션 같은 첨단기술로 인터넷에서 정보와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새로운 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의미에서 잉크토미는 스스로를 「확장형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라고 부른다.

 힘보다는 머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요술거미처럼 잉크토미는 차례 차례 포털사이트들을 점령해가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