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PC의 등장으로 PC 운용체계(OS) 시장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98이 독점하고 있던 개인용 OS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기 시작됐다. 서버용 OS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한 공개 OS인 리눅스가 PC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PC를 공급하는 12개 회사 가운데 6개사가 MS의 윈도98 대신 리눅스를 기본 OS로 채택했다. 나머지 업체들도 리눅스를 탑재한 인터넷PC의 성능검사를 하는 등 리눅스 채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리눅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부 업체들은 PC에 리눅스를 탑재한 뒤 실제와 같이 사용하는 시범 테스트를 거쳐 도출된 일부 문제를 보강하고 있으며 이 제품을 곧 판매할 계획이다.
주요 PC 제조업체들의 리눅스에 대한 반응도 바뀌고 있다. 대형 PC 제조업체들은 MS사에서 윈도98을 공급받는 입장이어서 종전까지 리눅스 채택을 주저해왔다. 하지만 인터넷PC 판매를 계기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자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기회를 준다는 전략 아래 리눅스 탑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MS의 눈치를 보느라 공식적인 발표를 꺼리고 있지만 한두 업체가 선도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경우 잇따라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PC에 리눅스가 탑재되는 것을 누구보다 반기는 곳은 역시 리눅스 전문업체들이다. 리눅스 업체들은 인터넷PC 사업을 계기로 일반인의 리눅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리눅스 인구의 저변확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리눅스는 일부 프로그래머들이나 기업용 정보시스템을 담당하는 전문가들만 관심을 가져 고급인력 확보에 애를 먹었으나 학생 때부터 리눅스를 접하면 이들이 사회로 진출할 경우 지금보다 많은 리눅스 전문가들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일부터 판매된 인터넷PC에 자사의 리눅스를 공급한 미지리서치는 이번을 기회로 일반 소비자용 시장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 아래 한컴정보기술과 공동으로 대대적인 제품발표회 개최와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윈도98과 비슷한 그래픽 환경과 폰트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웹데이터뱅크, 리눅스원 등 이번 인터넷PC용 OS 채택에서 제외된 업체들도 기본적으로는 인터넷PC에 리눅스가 채택된 것을 환영하면서 PC 환경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2차 OS 채택때 자사제품이 선택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리눅스 업체의 입장에서도 이번 인터넷PC사업 참여를 계기로 리눅스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퍼지면 전반적인 리눅스 관련사업이 활기를 보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인터넷PC에 리눅스가 채택된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일반인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리눅스 배포판의 상당수는 PC보다는 서버 환경에 알맞은 프로그램이 대다수여서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리눅스를 접할 경우 「리눅스는 어렵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AS문제다. 리눅스 전문가들은 『인터넷PC 공급업체 가운데 리눅스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이 거의 없어 소비자들이 AS를 요청할 경우 상당한 불편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정통부, 인터넷PC 공급업체와 리눅스업체들이 해결할 경우 리눅스는 윈도98이 장악하고 있는 PC용 OS시장에 일대 변혁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