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킬러 애플리케이션 (61);새로운 관계 구축 (8)

 디지털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너무 많은 기업들이 웹TV의 전략과는 정반대로 사업을 추진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분열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지난 1996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온라인 발권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이 서비스가 여행객들이 겪는 문제, 예를 들어 탑승권 분실을 해결해 준다는 등의 우스꽝스런 광고도 함께 내보낸 적이 있다. 당시 광고는 『심지어 이런 승객도 우리가 발권한 탑승권은 결코 잃어버릴 수가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여기 저기 서류가 삐져나온 가방을 들고 있는 한 사업가를 등장시켰다.

 하지만 정작 탑승권을 잃어 버릴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작 온라인 탑승권의 장점으로 혜택을 받은 업체는 유나이티드다. 이 항공사는 항공권 발급에 따라 여행사에 지불해야 하는 발권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의 일부가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을 위해 사용된다면 승객들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항공권은 사실 승객들에게 더욱 더 혼란을 가져다 주었다. 공항의 게이트직원들은 항공권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고, 보안요원들은 게이트를 통과할 때 승객들이 왜 탑승권을 제시하지 못하는지 1년이 넘도록 이해하지 못했다.

 유나이티드 항공기의 운항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경우 종이로 된 탑승권이 없으면 다른 항공기로 바꿔 타기도 어려웠다. 유나이티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승객들은 아직도 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다.

 고객에 대한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 사례는 웹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모토롤러의 경우 다른 사람들의 킬러앱은 잘도 제작해 주면서 정작 자사 웹사이트는 최근까지만 해도 쉽게 접근할 수 없게 해 놓았다. 고객들이 방문하기 쉽게 다양한 방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사 내부조직 위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면 먼저 그것을 만드는 비슷한 이름의 사업부서들 중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2장에서 다뤄졌던 모토롤러와 미국 농구협회(NBA)간 소송의 핵심, 즉 스포츠 문자 호출기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위성시스템과 무선 프로토콜 표준과 관련한 자료의 홍수속에서 길을 잃어 결국 찾지 못하고 말았다.

 어쩌면 모토롤러와 같이 관료주의적 대기업으로서는 내부의 장벽을 허물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조직내의 약점을 고객에게 공개해서 당신과 거래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모토롤러의 사이트와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도요타 사이트를 비교해 보자.

 도요타 사이트는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 회사의 광고대행사인 사치&사치에서 제작한 것이다. 사치&사치는 고객중심의 인터페이스 설계의 가치를 분명히 이해했다.

 도요타 사이트는 그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고객이 도요타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었을 때 만족을 느끼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지루하거나 혼란스럽지 않게 보여 준다. 눈길을 끄는 그래픽과 비디오 클립, 그리고 애교 섞이면서도 분명한 의미를 전하는 문자들을 이용함으로써 도요타 사이트는 광고와 시험운전, 세련된 자동차 브로셔의 가장 훌륭한 점만을 한데 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요소가 합쳐져 도요타 사이트는 이용자들에게 도요타 자동차를 탄 기분이 어떤지를 얘기해 주고 있는 것이다. 비결은 기업을 위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고객을 위한 인터페이스의 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