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업계 "M&A열풍"

 도이치텔레콤(DT)·브리티시텔레컴(BT)·프랑스텔레콤(FT)·만네스만·보다폰에어터치 등 유럽 주요 통신업체들이 국경과 대륙을 뛰어넘는 무차별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이는 업체간 연합을 통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유럽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AT&T, MCI월드컴 등 대형 미국업체들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최대 통신업체 DT는 지난 22일 폴란드·헝가리·러시아 이동통신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DT는 미국의 미디어원이 보유하고 있는 폴란드의 PTC, 헝가리의 베스텔, 러시아의 RTDC의 주식을 약 20억달러에 매입함으로써 250만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 유럽 이통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DT는 이에 앞서 지난 8월 영국 2위 이동통신업체인 원투원을 136억달러에 인수했으며 7월에는 스페인 최대 통신업체인 텔레포니카와 국제통신부문을 통합해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DT는 이외에도 아메리테크 인수를 통해 미 최대 지역전화사로 부상한 SBC커뮤니케이션스 측과 제휴회담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제휴형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성사될 경우 미­유럽을 잇는 거대 업체연합이 탄생할 전망이다.

 DT의 경쟁사인 독일 1위 이동전화업체 만네스만은 최근 영국 3위 이동전화업체 오렌지에 360억달러 규모의 인수제의를 했다. 만네스만은 이번 인수를 통해 원투원을 인수한 도이치텔레콤 및 지난 1월 미국 에어터치를 인수해 세계 최대 이동전화업체로 부상한 영국 보다폰과 영국시장에서 전면전을 벌일 계획이다.

 만네스만은 이 밖에도 지난 4월 경쟁사인 오텔오커뮤니케이션스를 12억3000만달러에 인수, 독일 전체 통신시장에서 2위로 떠올랐으며 5월에는 올리베티 산하 이탈리아 2위 통신업체 옴니텔프론토를 80억달러에 인수해 이탈리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영국 BT는 최근 미국 AT&T와 이동통신사업에서 손을 잡았다. 양사는 미국과 유럽간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합하는 한편 과금시스템도 일원화할 계획이며 올해말 시험서비스에 이어 내년 중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외에도 합작사 「콘서트」를 설립해 국제통신시장을 협공하고 있다.

 이에 앞서 BT는 지난 6월말 뉴질랜드 2위 통신사업자인 클리어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한 바 있다.

 한편 세계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영국 보다폰에어터치는 미국 벨애틀랜틱과 미국내 이동통신사업 통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협상이 성사되면 보다폰과 벨애틀랜틱은 29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미국 최대의 이동통신업체가 되며 규모면에서 BT·AT&T 연합을 능가할 전망이다.

 DT와의 오랜 밀월관계를 마감한 FT는 지난주 독일 3위 이동전화업체 E플루스(E­Plus)의 지분 77.5%를 인수, 독일 이동통신시장에 진출했다. FT는 E플루스 인수를 통해 독일 1, 2위 이동통신업체인 만네스만, DT와 직접 경쟁할 계획이다.

 이달 중순에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국영통신업체인 테리아와 텔레노르가 합병, 매출액 100억달러가 넘는 유럽 6위의 통신회사로 탄생했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