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술 동향> 오염 막는 "超臨界水" 각광

 어떠한 물질도 환경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깨끗하게 녹여 없애는 「초임계수(超臨界水)」가 산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인류가 배출한 물질 중 가장 치명적인 독소로 알려진 다이옥신. 이것은 물질적으로 안정된 구조로 되어 있어 분해하기 힘들어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돼 온 지 오래다. 그 때문에 세계 각국은 다이옥신 분자의 강력한 결합을 깨기 위해 1000℃에 가까운 열을 가하는 한편 값비싼 촉매를 사용하는 등 그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런데 이 골칫덩이를 거의 확실하게 분해해서 없앨 수 있는 「마법의 물」이 등장한 것이다. 물에 넣고 계속해서 팔팔 끓여도 분해되지 않던 다이옥신이 이 마법의 물 속에 넣으면 30분만에 분해돼 없어진다.

 마법의 물은 초임계수를 지칭하는 말로 고온 고압의 물을 뜻한다. 물이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374℃까지다. 그 때의 압력은 218기압이며 그 이상은 아무리 압력을 올려도 액체 상태로 되지 않는다.

 이 374℃, 218기압을 물의 임계점이라고 하고, 이것을 넘어서는 고온 고압의 영역을 초임계수라고 한다.

 따라서 물을 374℃, 218기압 이상의 상태를 유지시키면 액체도 아니고 기체도 아닌 제3의 유체가 된다. 이 물에 들어가면 제아무리 분해되지 않던 화합물도 삽시간에 구조가 파괴돼 녹아내린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특성은 비단 물에만 있는 특성은 아니다. 어떤 물질에나 임계점은 있고 그것을 넘어서면 초임계 유체가 된다. 단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안전한 물질을 고르다보니 물 분야에서 이 같은 연구와 응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초임계수는 액체와 기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임계 영역의 분자는 고온 환경에서 기체와 마찬가지로 큰 운동 에너지를 갖고 활발하게 활동할 뿐만 아니라 액체처럼 분자 밀도가 높다.

 분자가 밀집된 데다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초임계수는 물질을 녹이는 힘이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다. 이제까지 공장 폐수나 폐 플라스틱 등 폐기물은 소각로에서 태우거나 핵산 등의 유기 용매에 녹여 분해해 왔다. 그런데 소각은 배기가스가 나오고, 유기 용매를 사용할 경우에는 폐수가 환경 파괴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환경 친화적인 처리방법이 필요성을 더해 왔다.

 그런 면에서 초임계수를 사용하는 방법은 이 같은 방법을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인 환경 친화형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실 초임계수 속에서 산화반응을 일으켜 유기화합물을 분해하는 처리방법은 미국의 벤처업체인 모더사가 80년대에 개발해 특허를 딴 기술이다.

 그러나 반응원리를 플랜트에 응용하는 과정이 어려워 이 회사는 결국 타사에 매수됐다.

 더욱이 모더사의 특허가 오는 2001년 5월이면 효력을 상실하게 됨에 따라 최근에는 이 초임계수의 실용화와 관련한 개발 움직임이 미국·일본·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에바라사가 일본 통산성의 위탁 연구 형식으로 쓰쿠바(이바라키현)의 도시쓰레기 소각장내에, 세계 최초로 초임계수를 사용해 소각로에서 흘러들어 오는 다이옥신을 녹이는 플랜트를 건설하는 등 세계 각국의 업체들이 초임계수의 실용화를 목표로 연구 개발에 들어갔다.

 이처럼 초임계수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에는 이 초임계수의 응용분야도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 중의 하나가 정밀 부품의 세정이다. 활발한 이산화탄소 분자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들어가 그 곳에 있는 오물을 녹여 밖으로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이 초임계수는 연구 여부에 따라 앞으로 적용 범위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