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2단 크기의 기사가 나가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저희가 ○○와 제휴했는데 기사 게재료는 얼마며 절차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기자가 받는 심심찮은 전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음은 최근에 걸려온 전화의 내용.
『제가 좋은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코스닥에 등록하고 싶은데 혹시 알고 있는 큰손(?)이나 벤처기관과 연결해줄 수 있습니까.』 느닷없는 질문에 어이가 없어진 기자가 되물었다. 『사업자 등록은 했습니까.』 『아니오.』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사업계획서는 만들었습니까.』 역시 대답은 「no」였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사업자 등록이나 사업계획서 작성은 투자를 받고 난 후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연일 매스컴에서 떠들어댄 「인터넷,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하는 소리가 이렇게 곡해될 수 있구나 싶었다. 반면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쪽 뇌리를 스쳤다.
최근 인터넷시장에 돈이 흘러넘치면서 저마다 인터넷사업을 한다고 난리들이다. 하지만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사업에 도전하는 사람의 의식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언론의 기사를 돈으로 맞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무지를 넘어 발상부터 위험하다. 사업계획조차 없이 투자부터 받겠다는 생각은 마케팅 부재이기 전에 마케팅에 대한 「전면무시」에 가깝다.
기업을 움직이는 힘을 꼽을 때 자금과 기술 등을 들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이 바로 사장에 대한 평가다. 이 사람이 된 사람인지, 건전한 의식을 가졌는지의 여부를 무엇보다 중요한 투자요인으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벤처기업 현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돈이 너무 넘치다 보니 벤처정신이라는 순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돈만 있고 철학이 없다면 한국의 인터넷산업은 언제 넘어질 줄 모르는 「외발자전거 타기」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