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도청불가 ISDN "관심"

 전화도청 및 감청 관행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도감청 방지책으로 종합정보통신망(ISDN)에 가입하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집 전화를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일반 전화에서 ISDN으로 변경한 데 이어 당 차원에서 ISDN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들이 ISDN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전화와 인터넷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ISDN의 주된 기능보다는 디지털방식이어서 사실상 도감청이 불가능하다는 부수기능에 매료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일반 전화는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구내 단자함, 전화선로 등 도감청에 노출돼 있다. 또 제3자가 회선간섭 등의 방법으로 도청을 시도해도 전화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화사용자는 이를 전혀 눈치챌 수 없다.

 반면 디지털방식인 ISDN은 제3자가 도감청을 시도할 경우 전화가 단절돼 더 이상의 통화가 불가능하므로 도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화사용자도 도청을 눈치챌 수 있다는 점에서 ISDN은 값싼 도청방지책으로 선호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도감청문제가 핫이슈로 부상한 이후로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자, 신문 및 방송기자들도 ISDN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요 인사(?)가 ISDN 가입을 의뢰할 경우 일부 전화국은 서비스 차원에서 공동마케팅 업체나 단말기 제조업체가 직접 단말기를 설치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이들 업체를 통한 주문건수가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ISDN 단말기 제조업체인 디지텔은 한나라당의 요청에 따라 내달초에 단말기 30∼40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도감청 방지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관심도를 고려한다면 연내에 수백대의 단말기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