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장비 업계, "한국형" 개발 "특명"

 「한국형 제품을 개발하라.」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 가운데 한국만의 독특한 시장환경에 맞춘 틈새제품을 개발, 시장공략에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어 화제를 낳고 있다.

 한아시스템(대표 신동주)의 중소규모 사업자용 라우터 장비인 러슬라우터 4500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 이 제품은 국내 PC방에서 라우터 장비의 대명사인 시스코시스템스의 아성을 무너뜨린 장비다.

 무엇보다도 국내 PC방의 특성을 제품기획 초기부터 감안해 설계했기 때문. 다른 네트워크 장비도 마찬가지지만 PC방의 경우 장비가 고장날 경우 영업에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비 고장시 이를 내부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장비선정 기준이다.

 한아시스템이 이를 감안, 백업시스템을 크게 강화했다. 동급의 다른 장비들이 하나의 전원을 사용한 반면 한아시스템은 전원을 이중화하고 주 회선 및 포트의 장애시 다이얼 백업으로 외부망과 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노력이 PC방 업주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 올해 상반기 PC방 임대용 장비시장에서 9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다산인터네트(대표 남민우)의 스위치드 가상회로방식의 프레임릴레이 라우터도 국내 고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 시장진입에 성공한 사례다.

 한국통신은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합, 웹 환경으로 제공하는 대용량 통신처리시스템(AICPS)을 개발하기 위해 해외업체들과 접촉했으나 난감하다는 응답을 받았다.

 전세계 IT시장의 1%에도 못미치는 한국시장을 위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것이 해외업체들의 대답.

 업계 한 관계자는 『나라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독특한 네트워크 진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도 PC방과 같은 틈새시장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시장공략의 효과적인 방법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