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킬러 애플리케이션 (62);새로운 관계 구축 (9)

 고객의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의 인터페이스는 구세계에서 신세계로 고객을 최대한 편안하게 이끌어야 한다. 인터페이스란 그렇게 하는 데 쓰이는 도구다. 이것은 현재 웹에서 가장 뛰어난 뱅킹 사이트와 소매 사이트가 따르는 전략이다. 인터넷은행인 시큐리티 퍼스트 내셔널 뱅크는 초기에 은행 내부구조를 그대로 옮긴 3차원 모델을 사이트에 구현했다. 안내 데스크를 클릭하면 은행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창구직원을 클릭하면 거래과정으로 옮겨졌다. 보안요원을 클릭하면 은행자산이 미국정부에 의해 어떻게 보호 받는지를 알 수 있었다. 고객들이 새로운 매체가 추가하는 기능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시큐리티 퍼스트 사이트도 함께 발전했다. 현재 이 사이트는 은행 내부그림을 최소화시키고 대신 고객의 이전 행동과 확인된 취향을 기반으로 고객을 위한 역동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나날이 성장하던 시큐리티 퍼스트는 1997년 말 회사를 매각하고 다른 은행들이 가상공간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에 주력키로 했다.

 무역과 운송업에 종사하는 우리의 의뢰인은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 고객들의 가정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공급이라는 것을 고안해 냈다. 이는 그 회사가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가정생활과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서로 다른 사업부서간에 활동범위의 경계가 없어진 것은 고객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가정생활의 향상이라는 익숙한 활동으로 안내하는 인터페이스만 보일 뿐이다. 우리의 의뢰인은 앞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한편 보안이나 홈쇼핑, 집안의 다양한 기기들을 조작하는 기능들도 추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인터페이스는 가정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의뢰인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엄청난 변화를 견뎌야 한다. 하지만 고객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건강보조기구 제조업체인 백스터 트래브놀(Baxter Travenol)은 1980년대 초만해도 고객들이 자사 컴퓨터 시스템으로 직접 주문을 내게 함으로써 경쟁업체들에 대해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백스터는 병원의 구매부서에 단말기를 설치해 구매담당 직원이 자사 제품을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의 그 단말기는 백스터의 카탈로그에만 접속하도록 돼 있었지만 온라인 주문은 복잡한 양식의 문서를 채우는 일보다 수월했다. 일단 백스터 시스템에 익숙해진 병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배우거나 다른 업체의 단말기를 도입하려 하지 않았다.

 백스터 시스템은 폐쇄형 네트워크로 이는 1980년대 초 컴퓨터업계에서 위력을 발휘하던 전략과 같은 것이었다. 당시 IBM은 고객들에게 자사 시스템 소프트웨어만 작동시키는 컴퓨터를 판매함으로써 고객들을 붙잡아 놓았다. 물론 이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IBM시스템 전용으로 제작된 애플리케이션만 지원한다. IBM의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인 SNA도 이와 유사하게 IBM이 만든 프로세서 위에서만 작동했다. 당시 대부분의 다른 컴퓨터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추구했다. 일단 폐쇄적인 표준에 묶이게 되면 고객들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라는 것을 부담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업체에 전속된 시장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