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미 편집위원
칼리 피오리나 사장(44).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경영자다. 세계 2위의 컴퓨터업체인 휴렛패커드사(HP)의 최고경영자(CEO)로 지난 7월 전격 발탁된 비즈니스 우먼. 「포천」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에 98년과 99년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가 28일 한국에 온다.
정보통신·인터넷 등 지식정보산업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그만큼 변화가 빠르다. 더욱이 변화를 이끌고 있는 기업의 경우 CEO가 제시하는 비전과 경영철학은 해당기업은 물론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자리의 앞에 피오리나 사장이 앉아 있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중세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피오리나는 메릴랜드대학과 MIT에서 경영학석사(MBA) 및 공학석사를 마치고 80년 AT&T에 입사했다. 이후 탁월한 능력과 사업 추진력을 발휘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지난 96년에는 AT&T의 자회사였던 루슨트의 기업 공개와 분사를 성공적으로 완료, 능력을 인정받았다.
피오리나는 CEO로 임명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휴렛패커드에 필요한 것은 긴박감(Urgency)과 속도(Speed)라는 사실에 누구나 동의한다』며 컴퓨터와 정보통신사업을 순조롭게 통합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피오리나가 새 천년을 맞아 어떤 전략을 수립해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하이테크 산업을 리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그가 HP의 CEO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CEO가 되기까지 그의 탁월한 능력과 피나는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미국이라는 토양과 기업문화도 한몫을 담당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하이테크 산업현장은 개방적이고 인종이나 남녀를 구별 않고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현재 미국에서는 피오리나 외에도 전자상거래 정책책임자인 엘리자베스 에콜스, 마림바사의 킴 폴레이제이, e베이의 여장부 멕 휘트먼 등 가상공간을 지배하는 내로라 하는 여성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우리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인터넷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 여성 인재가 많이 등장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그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예지력을 갖춘 그런 인물어야 한다. 디지털시대에 여성들의 부드러운 조정능력, 치밀함,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섬세함 등은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여성 CEO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미 여성경제단체인 여성경제인협회가 탄생했고 한국여성정보인협회, 포럼 등이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남다른 아이디어와 능력이 성패를 가름하는 가상공간에서 여성들이 특유의 섬세함과 치밀함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 스스로 미래에 대한 확신과 비전을 가지고 모험심·결단력·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본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는 여성도 동등한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있다. 그 토양에서 많은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때 국내에서 여성CEO들도 많이 등장할 수 있다
여성 CEO의 육성은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다. 지식 창출과 공유가 사회적 자산인 시대에 여성들의 능력 사장은 사회의 창의성을 그만큼 저하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여성의 창업과 기업 진출이 늘어나면 사회 전체가 다양해질 수 있다.
여성 CEO의 증가는 여성들을 깨어나게 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여성의 역할을 재고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피오리나 사장의 방한을 계기로 21세기 여성CEO들이 등장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해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