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인터넷PC 시대 (5);조립PC업계 영향

 인터넷PC의 등장이 용산 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등의 조립PC 업계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월 정보통신부가 인터넷PC 보급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난 19일까지 이들 조립PC업계의 매출이 과거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인터넷PC 출시를 기다려 구매를 뒤로 미룬 대기수요 때문이다.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취약하고 구매력 면에서도 뒤지는 조립PC업계는 메모리와 주기판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메모리 가격이 10만원선으로 떨어진 지금은 그래도 나아진 편이지만 9월 한달은 하루 1건 조립판매도 하지 못하는 매장이 속출했을 정도다.

 이처럼 조립PC 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하자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인터넷PC가 잘되기를 바라는 심리도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왕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해 적은 이윤이지만 확보하고 손님을 유치하자는 계산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PC가 지난 20일 모습을 드러내자 이같은 기대도 실망으로 이어졌다.

 지난 8월부터 지속돼온 구매대기 심리가 워낙 골이 깊었던데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새로운 기대심리가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조립PC 업계는 심리적 압박감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조립PC 업계의 생사가 불투명하다는 주장마저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자랜드와 터미널전자쇼핑의 PC매장 가운데 인터넷PC를 취급하는 매장의 상인들은 한결같이 『아직은 대기수요가 점화되지 않은 것같다』며 『당분간은 구매를 미뤄왔던 소비자들의 눈치보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PC가 이처럼 초기시장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는데도 조립PC 업계는 대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당분간은 수요가 없다고 해도 저가시장에서 50% 이상은 인터넷PC가 점유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때문에 일부 발빠른 조립PC 업체들은 벌써부터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용산 나진상가에 위치한 모 조립PC 업체는 아예 저가기종은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립PC와 경쟁을 피하고 아직은 가격에 거품이 남아 있는 중·고가 기종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나진상가의 또 다른 조립PC 업체는 저가시장의 경우 더이상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주변기기 판매로 주력분야를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 조립PC 업계가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부품가격 인하다. 지금은 인터넷PC용 부품가격이 월등히 낮아 조립PC의 가격경쟁력이 없지만 부품 값이 인하되면 조립PC 업체들이 중견 업체들보다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PC에 내준 저가시장을 일부분이나마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인터넷PC의 등장은 대기업 제품은 물론 조립PC의 가격거품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된다. 초저가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이 조악한 부품을 사용하는가 하면 저가경쟁에서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무자료거래 등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