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무역수지 개선 힘써야

 IMF사태 이후 가라앉았던 기술수출이 올들어 10월까지 44건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실적 41건을 웃돌았다는 보도다. 또 기술수출액도 1억76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5%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디지털다기능디스크 디지털신호 복원기술을 100만달러의 기술료를 받고 미국에 수출한다고 발표했다. 기업생존의 필수요소 중의 하나가 기술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수출은 기업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는 아직 기술수지 적자국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도입액이 기술수출액보다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무역수지비율은 고작 6%선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들여온 기술도입액은 23억8000만달러인 데 비해 기술수출액은 1억4000만달러에 그쳐 21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차액만큼의 외화를 외국에 지불한 것이다.

 우리가 이같은 기술수지 적자폭을 줄이려면 정부와 기업들이 공조체계를 갖춰 전략적으로 연구개발비를 확대하고 연구인력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그동안 IMF사태로 우리 기업들이 신규 프로젝트의 추진을 중단 또는 연기한 결과 전반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이 후퇴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98년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전년 대비 12.3% 줄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의 연구개발비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외국업체들에 대한 기술의존도가 높아졌고 이는 기업경쟁력 약화 및 성장의 후퇴로 이어졌다.

 우리의 기술수준이 해마다 나아지는 추세지만 기술수출과 수입간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연구개발비 축소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해마다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은 우리한테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기술력 향상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도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것이다.

 낙후된 기술력을 향상시키려면 우선 정부가 지금보다 연구개발비를 과감히 늘리고 기존에 투입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 중의 하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자원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일이다.

 첨단 과학기술의 두뇌는 한두 해에 양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울러 기존 인력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 및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늘어나는 연구기관의 전문인력 유출은 그래서 심각한 문제다.

 기업부설연구소의 해외 설립과 선진 기업의 국내 부설연구소 유치 등도 적극 추진해야 할 일이다. 미국은 해외에 676개의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 연구소 설립은 외국과의 전략적 기술제휴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가 기술을 수출하는 곳은 주로 동남아 지역이다. 이 지역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수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기술수출이 지속돼 기술무역수지비율이 올라가도록 정부와 민간기업들의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