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산업육성 "제로섬 게임"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최근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게임산업이 기폭제가 돼 1만개가 넘는 PC방이 생겨났고 게임개발자와 프로게이머가 N세대의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게임산업을 문화·지식산업의 하나로 인정해 정책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업계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매우 고무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정책은 무언가 엉성하고 성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다. 문화관광부는 올해 게임산업에 작년보다 7배나 많은 134억원을 투입했다. 내년 예산도 137억원 정도를 잡아놓고 있지만 총 500억원 규모인 「문화산업진흥기금」과 1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기금」 조성을 감안하면 최소한 250억원 이상의 정책자금이 게임산업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보통신부도 산하단체인 「첨단게임산업협회」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 게임산업 육성에 한몫을 하겠다고 나섰다.

 열악한 국내 게임산업의 인프라를 고려할 때 양 부처의 정책의지 자체에 비난을 쏟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부처간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중복투자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이디어의 중복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양 부처 모두 가시적인 성과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실적에 연연한다거나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연구소나 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가시적인 것에 집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기술 표준화와 국제 게임쇼를 개최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임산업은 사실 하드웨어도 중요하고 인프라도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게임산업이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민정서나 가치관, 교육환경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 문화산업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정책은 이러한 게임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게임산업의 근대화」라는 기치아래 마치 제로섬의 게임만 벌이는 것 같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