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국내 PC산업이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벌써부터 PC가 반도체의 뒤를 이어 국내 산업을 주도할 차세대 수출효자 품목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국내에서 생산될 총 PC 물량은 1000만대 정도로 예상된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300만대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올해 1억3000만대로 예상되는 세계 PC시장에서 10%의 점유율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동안 부동의 세계 제1의 PC 생산기지로 확고한 자리를 굳히고 있는 대만의 올해 PC 생산량 1400만대(추정치)과는 400만대 정도로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지난 9월 발표한 「1월부터 8월까지 집계된 국내 주요 수출품목」 자료에서 PC가 금을 5위권으로 밀어내고 5대 수출품목으로 새로 진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PC산업의 이같은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적지 않은 그늘이 숨겨져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국내 PC산업의 성장은 내실보다는 외형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C넷은 『영업비용과 고정비용 등을 제외한 컴팩컴퓨터의 제품판매 마진율이 20%대 수준에 이르고 있는 반면 한국업체의 PC 판매 마진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산 PC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은 높여가고 있지만 실익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비웃는 셈이다.
국산 PC수출이 자가브랜드 대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위주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국내 PC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또 하나의 예다. 삼성전자의 AST 실패 이후 국내 PC업계는 마케팅력 부재, 현지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가브랜드 수출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같은 한계가 국내 PC산업이 팔아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팔아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이 커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적게 팔아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새 천년을 앞둔 국내 PC업계의 숙제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