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정보제공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디지털 전략이 있기는 하다.그들은 현재 접속시간을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진정한 가치는 그들이 수집한 원천 데이터에 논평이나 색인, 체계적인 주석을 달아 서비스하는 것이다. 즉 접속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예를 들어 특정한 세금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것과 같이 가입이나 거래를 기반으로 전문지식을 파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지금의 고객인 변호사나 회계사와 경쟁관계가 되겠지만 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간단한 법률이나 규정에 관한 답변을 서비스에 추가할 수 있는 것이다.
렉시스/넥시스와 웨스트는 접속을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편한데다 폐쇄적인 네트워크와 그들이 작성하는 산더미 같은 서류에서 가치가 창출된다고 확신하고 있어 다른 선택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우리가 이들 두 회사와 마지막으로 얘기를 나누었을 때만 해도 그들은 여전히 월드와이드웹의 심각한 위협을 부정했다.
부동산업계에도 이와 비슷한 불운이 닥칠 것이다. 여기서는 부동산 대리인과 중개인이 관리하는 폐쇄적인 다중등록 시스템 때문에 주택과 콘도 등의 소유자와 구매자들은 서로 만날 수가 없다. 이들 시스템에는 다른 대리인이 내놓은 부동산과 자신들이 다룰 수 있는 부동산만 등록돼 있다. 이들 대리인들은 거래가 성사되면 판매자 측 대리인과 수수료를 절반씩 나누기로 합의하고 이 폐쇄적인 시스템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등록되지 않은 부동산에는 수수료가 붙지 않기 때문에 구매자 대리인은 시스템에 없는 부동산은 아예 보여주지도 않고 고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마음대로 대리인을 지정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리인들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거래비용을 절감해주는 선까지는 가치가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나 조건을 협상할 다른 메커니즘이 없는 상황에서는 부동산업자가 챙기는 수수료가 서비스의 공정한 대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비주얼 프로퍼티스(Visual Properties)와 같은 몇몇 뛰어난 웹사이트들이 주택임대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고객이 원하는 아파트를 선택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사항들을 결정하도록 안내한다. 이들 애플리케이션은 고객자신의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진 부동산 목록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신청이나 신용조사 등 모든 사무적 절차는 자동화, 전산화 된다. 머잖아 집주인과 임차인은 영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협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디지털시티 등과 같은 많은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주택 매매 인터페이스 구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부동산업체들에는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지 모르겠다. 이 킬러앱들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자신들의 부동산시장을 쉽게 형성하고 대리인들이 제공하는 문자위주의 목록보다 사진이나 비디오, 주요 문서의 사본 등과 같이 훨씬 많은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새로운 경쟁자들은 광고나 지역정보지처럼 싣는 사람이 돈을 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따로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업자들은 다가오는 위협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목록 서비스를 개방하거나 경쟁력을 강화시킬 생각도 하지 않는다.그러나 킬러앱의 공격을 받으면 그들은 더 이상 수수료라는 수입원에 의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신 그들은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그 가치에 요금을 부과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