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남 논설위원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등장」 「인터넷의 보편화」
20세기에 발생한 이 두가지 흐름의 공통점은 기존 경제구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보급되자 당시 대형 컴퓨터의 왕국이던 IBM이 타격을 받은 반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새로운 기업이 등장했다. 인터넷은 세계적인 소매업체인 월마트 등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많은 사이버 쇼핑몰을 탄생시켰다.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전자공학·컴퓨터·정보통신의 신기술은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 기술들은 과거의 산업을 새롭게 편성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고 있다. 이제 지식이 성공을 위한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지식자원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예를 들면 현재 제너럴모터스의 자산규모는 2200억달러를 상회한다. 지식 이외에는 거의 소유한 것이 없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산규모는 144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두 회사의 시장가치는 제너럴모터스가 485억달러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1600억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지식의 부가가치 창출력을 평가한 결과다.
레스터 서로, 피터 드러커 등 세계적인 미래학자들은 21세기에는 정보력·기술력 등 지식이 지배하는 사회, 즉 지식기반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보다는 지식과 정보의 축적 및 활용이 경제발전의 핵심역할을 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같은 흐름을 읽고 최근들어 21세기 경제환경 변화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연구의 핵심은 지식기반경제에 관한 것이다. 지식기반경제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과학기술과 인적 자본 등 무형자산을 계량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세계은행은 최근 「지식은행」으로 재탄생할 것을 선언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지식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21세기 연구기금을 확충하고 과학기술 예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도 새로운 국가과학기술혁신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대량의 물적 자원 투입을 필요로 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빈약한 부존자원으로 이처럼 막대한 물적 자원을 조달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부가가치 창출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각종 시장보호정책으로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으나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에서는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등 지식정보화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한 도시와 농촌벽지간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초저가 인터넷PC도 보급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과학기술혁신시스템을 구축해 우리의 종합기술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자체로 우리가 지식기반사회를 완성했다고 볼 수 없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올초 내놓은 「국가별 지식기반경쟁력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42개 조사분석 대상국가 중 23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만과 싱가포르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21세기 선진국가로 진입하기에는 아직 요원한 수준이다.
21세기 세계경제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로 무장된 지식자원을 개발하는 길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교육수준이 높다. 이는 지식경쟁력이 월등하지는 않으나 지식자원의 개발잠재력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경계해야 살아남는다』는 앤드루 그로브 인텔 회장의 말은 지식사회로 전환하는 현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과 기업은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기술 등을 끊임없이 배워 활용해야 하고 정부 또한 지식사회로 전이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발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21세기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