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비동기전송모드(ATM)교환기 개발방향이 성능보다는 상업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정보통신부측은 3일 『당초 예정돼 있던 ATM 후속 개발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상업성을 최우선으로 삼은 「한빛2000」을 개발키로 확정, 교환기 4사·한국통신·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합의했다』며 『2000년 말까지 제품을 상용화해 초고속 국가망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98년에 상용화한 국산 ATM 주교환기(한빛 ACE64)의 상업적 경쟁력 미비로 인해 이를 근간으로 하는 후속사업을 추진할 경우 국내 통신업계 경쟁력 강화 및 요소기술 습득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한빛 ACE64를 바탕으로 하는 후속제품(한빛 ACE256, 한빛 ACE1024) 개발에는 더이상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업체별로 제품의 상용화를 추진할 경우 ETRI를 통한 기술지원에만 나선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1년여 동안 개발될 한빛2000은 10Gbps 처리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존 한빛 ACE64의 처리용량을 20Gbps로 확장한 대용량 ATM스위치다. 투자금액은 대략 200억원 정도다. 당초 계획된 한빛 ACE256, 한빛 ACE1024가 3단 스위치 구조로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한빛 ACE2000은 1단 스위치 1랙에서 20Gbps의 데이터 처리속도를 지원, 해외 제품의 단품화 추세를 수용키로 했다. 또 확장구조로 설계돼 최대 320Gbps까지 확장가능하며 이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처리용량을 가지리라는 것이다.
ATM망에서 직접 인터넷망을 수용할 수 있는 다중 프로토콜 라벨스위칭(MPLS)기술이 채택되며 차세대이동통신기술인 IMT2000서비스에 대비한 음성기술이 구현된다. 상업성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스위치 패브릭을 제외한 가입자 단에 상용부품을 대거 채택, 가격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또 MPLS나 IMT2000 음성기능 지원과 같은 기능 등을 옵션으로 처리, 이를 제외할 경우 외국제품과 겨뤄도 될 만큼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한국통신측의 설명이다.
한빛2000을 상용화해서 매출을 올려야 하는 업체측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우선 이전 제품인 한빛 ACE64가 155M포트당 단가가 6400달러인 반면 한빛 ACE2000에서는 2000달러대로 대폭 떨어져 가격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IMT2000을 위한 기반기술 습득이라는 측면도 부각되고 있다. 한국통신측은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 한국통신 및 ETRI 의견보다도 업계의 의견을 더많이 반영했다』며 『이번 제품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핵심 스위치 IC개발이 6개월만에 이뤄져야 하고 실질적인 개발기간이 9개월이라는 점에서 촉박한 개발일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빛 ACE64 개발당시의 지연과정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정이 변경될 경우 이를 가정해 산정한 제품경쟁력도 모두 물거품이 된다. 결국 3000억원이나 투입된 한빛 과제의 최종 평가는 내년 1년 동안 한국통신·ETRI 및 대우통신·삼성전자·LG정보통신·한화정보통신 등 교환기 4사의 어깨에 달려 있는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