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트렌드> 한국통신프리텔 이상철 사장

 명사(名詞) 「이상철」의 동사(動詞)는 「도전한다」이다. 「경영인 이상철」은 다양한 수식어로 표현할 수 있지만 이동전화 시장에서 한국통신프리텔이 보여준 그동안의 행로를 따져보면 그의 동의 여부와는 관계 없이 「도전」이 그의 경영철학을 관통한다고 할 수 있다.

 사전 설명 없이 이상철 사장을 접해보면 우선 두 가지에 놀란다. 그가 당대에 손꼽히는 이동통신 전문가(공학박사)라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소비자나 부하 직원들에게서 대중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의외로 주변에 「흔드는 세력」도 엄존한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놀라움은 예상치 못했던 것에서 비롯된다. 시장의 흐름과 앞날을 꿰뚫는 통찰력, 이슈 선점 능력, 이를 통한 여론과 세몰이, 정책 결정 스피드, 「판」을 자신의 주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상황대처 능력 등등 그가 보여주는 경영 스타일은 최고의 MBA(경영학석사) 출신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종업계의 평가가 그렇다.

 이런 점은 공학박사에 대한 사회적 통념, 즉 고지식한 「책상물림」이라는 인식의 정반대편에 있다. 그를 몰랐던 사람은 놀라지만 알고 있는 사람은 더욱 놀란다. 이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미국 듀크대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이같은 이상철의 「상품성」은 정치권에서조차 탐을 냈다. 그가 고사했지만 여권 신당이 그를 영입할 정도다.

 그를 「도전」이라는 단어로 응축하는 것은 경영의 출발점이 숙명적으로 도전자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016 사장을 맡고 사업을 시작한 때부터 이동전화시장에는 SK텔레콤이라는 절대 강자가 버티고 있다.

 016과 동시에 출범한 019, 018, 기존 후발주자였던 017 등 쟁쟁한 경쟁사들과 싸워 이겨야만 그 다음에 비로소 011을 넘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사업 출발때만 하더라도 016이 상위권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사람은 없었다. 016이 비록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 자회사이기는 하지만 공기업이라는 온실에서 잉태됐다는 점 때문에 비바람 몰아치는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016은 기존 이동전화 시장의 모든 기록을 차례로 갈아치웠다. 가입자 100만명 돌파에서부터 최단시간 신기록 행진을 거듭, 이제는 5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011에 이어 확고한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상철의 도전 경영은 후발주자들간 생존을 한발 넘어서 처음부터 1위인 011을 겨냥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016은 모든 마케팅 정책을 철저히 011과의 경쟁체제로 몰아갔다. 한국통신의 기술 노하우를 앞세우면서 011에 필적하는 것은 016밖에 없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그때그때 시장의 이슈를 선점하고 세몰이에 나섰으며 016이 시장의 한복판에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그러나 화려한 성공 뒤에는 늘 그렇듯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016을 성장일변도로 몰아가면서 「방만한 경영을 했다」 「돈을 쏟아부어 가입자를 늘린 것은 업적이 아니다」 「재무구조에 신경을 안쓴다」 등등의 비판론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철 사장도 할말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그같은 비판은 비단 016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011을 제외한 모든 후발사업자들의 공통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그는 이제 두가지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이미 확보한 이동전화 2위자리를 기반으로 최후의 승부처인 IMT2000 사업권을 따내야 하고 「흔드는 사람」들의 의견도 경영에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그가 이동전화가 만들어낸 스타라는 점과 만약 엔지니어로 남았다면 오늘과 같은 자신의 「상품가치」를 창출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