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벌노랭이꽃과 소프트웨어

 지난해 7월 국내 최대 종자업체인 홍농종묘가 경영난 끝에 미국 세미니사에 인수되어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동안 외국 농산물을 수입해 오면서도 품종개량과 이를 통한 수출노력을 게을리한 데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개발중인 유전자원과 신품종의 70%가 외국에서 들여온 자원이라고 한다.

 꽃이 예쁘고 앙증맞은 벌노랑이꽃. 콩과 식물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뿐 아니라 번식도 잘되는 지피식물(짧은 기간에 빈터를 덮어버리는 식물)이다.

 벌노랑이꽃과 같은 자생식물은 국내에 4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자생식물, 외국에는 없는 특산식물을 가꾸고 개량하여 판로를 개척하지 않으면 우리 꽃임에도 이 땅에 나는 꽃들을 보기 위해서는 로열티를 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세계전략으로 정보기술 연구개발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과 정보인프라 확충, 슈퍼컴퓨터시스템 개발 등에 향후 5년간 연방정부가 현재 정보기술 연구개발예산의 2배를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정보산업의 근간인 동시에 무한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단 한 종류의 운용체계(OS) 프로그램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윈도98」은 전세계적으로 4500만개가 팔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무려 50여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규모는 약 4854억달러로 웬만한 국가의 총생산과 맞먹는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32억달러로 전세계 시장규모의 1%도 안된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잠시 생각해본다.

 먼저 차별화 전략이다. 세계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시장에서 미국의 제품과 경쟁하려면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장점이 무엇인지 찾아내 차별화해야 한다. 우리 제품의 특장과 서비스로 인하여 지속적인 차별화가 가능하고 그로 인하여 최고의 가치를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미국에서 하지 않는 것, 할 수 없는 것, 예를 들면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문화·자연·인물·관광명소 등이다. 이러한 제품은 복제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고 최소한 3∼5년간은 지속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만의 차별된 우리 제품으로 거대한 미국시장의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소프트웨어 붐 전략이다. 우리나라에는 2000여개의 소프트웨어 기업과 수많은 예비창업자가 있다. 이 중 소프트웨어 종류별·지역별로 아이디어와 기술이 뛰어난 유망한 기업과 예비창업자를 발굴하여 집중 지원·육성함으로써 「성공기업」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성공을 이룬 소프트웨어 기업의 완제품을 코스닥(KOSDAQ)과 나스닥(NASDAQ)에 상장시켜 계속 주가를 높여가고, M&A를 추진하며, 완제품뿐만 아니라 반제품과 아이디어·인력까지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렇게 성공한 사례들을 널리 알려 소프트웨어에 대한 「붐」을 일으켜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11개 지역창업지원센터를 우리 진흥원 망으로 하나로 묶어 전국을 「소프트웨어타운화」한다. 이리하여 전국을 소프트벨트화하여 「소프트웨어 붐」을 조성함으로써 이 땅에 소프트웨어의 꽃이 자연스럽게 피어나게 한다.

 이 강산에서 자라고 피는 우리 꽃을 우리가 사랑하듯이 우리의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기업을 아끼고 사랑하여 키워주지 않으면 토종 소프트웨어는 발 붙일 데가 없을 것이다.

 「벌노랑이꽃」을 심고 그 꽃향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애용하고 밀어줄 때 다가오는 새 세기는 우리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영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