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17)

야후 티모시 쿠글

 제리 양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야후의 얼굴이라면 티모시 쿠글(48·Timothy Koogle)은 인터넷의 리딩에지 기업인 야후를 실질적으로 끌고나가는 사령탑이다. 자동차 수리공에서 야후의 CEO가 되기까지 그의 인생유전은 흥미롭다.

 쿠글은 청년시절 「U.Va.」라는 자동차 수리업체에서 일했다. 그의 아버지는 가난한 기계수리공이었고 교육비를 대줄 형편이 안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알렉산드리아의 해군 수뢰공장에서 기름때를 묻히며 아버지를 돕곤 했다.

 어느 정도 생활에 안정을 찾자 그는 장학생으로 스탠퍼드에 입학한다. 기계 엔지니어링 석사를 마칠 때까지 쿠글은 스탠퍼드 대학 근처 수리센터에 다니면서 돈 많은 친구들의 포르쉐 자동차를 고쳐주거나 멋진 스포츠카로 개조해주는 일로 용돈을 벌었다.

 그리고 졸업을 할 때쯤 겨우 자신의 자동차를 살 수 있을 만한 돈을 모았다.

 모토롤러에서 9년동안 일하고 웨스턴아틀라스를 거쳐 바코드회사 인터멕(Intermec)의 CEO로 일하던 쿠글은 95년 헤드헌터를 통해 야후 사장으로 영입된다. 경영층이 쿠글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야후라는 이름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는 후문도 있다.

 경영자로서의 팀 쿠글의 서민적이면서도 사교적인 태도는 「TK­ism」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었다. 눈꼬리가 약간 밑으로 처지고 잔주름이 잡힌 눈은 그의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몰리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옆에 앉히고 약간 졸린 듯한 눈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에서는 남부사람 특유의 소박한 성품이 느껴진다. 거장들의 기타 모으기는 그의 오랜 취미다.

 반면 그는 판단이 빠르고 다른 사람 앞에서 함부로 감정을 내색하지 않는 더할나위 없이 현실적인 인물로도 평가받고 있다. 또 집중력이 강하고 과단성 있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지휘 아래 웹 포털 야후는 유망한 벤처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야후 에브리웨어(Yahoo Everywhere)」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황금수갑(golden handcuffs)을 찬 사람들이 많다. 황금수갑이란 실제로 처분할 수 없는 스톡옵션. 그 수갑이 풀리기만 하면 엄청난 부자가 되지만 그 전까지는 단지 종이지갑을 가진 것에 불과하다.

 티모시 쿠글은 마이클 델, 존 체임버스와 함께 가장 무거운 황금수갑을 찬 CEO 중 한 사람이다.

 IT업계 CEO 191명의 주식보유 가격을 조사한 크리스털리포트는 지난해 티모시 쿠글의 보유주식 가치가 IBM의 전설적인 경영자 루 거스너와 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을 제치고 4억8800만달러가 늘어나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쿠글은 실리콘밸리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CEO다.

 마흔여덟의 쿠글은 야후에서는 최고령이다. 하지만 대기만성형의 쿠글은 21세기 인터넷 비즈니스의 중심에 설만한 인물이다.

 비즈니스위크의 편집자가 그에게 머리를 야후의 상징색깔인 노란색과 자주색으로 물들이라고 권하자 그는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아」라며 한마디로 잘라 거절했다.

 가는 세로 줄무늬의 카키색 폴로셔츠를 입고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로 복도를 뛰어다니는 신세대 직원들을 거느린 쿠글은 야후라는 배가 무게중심을 잡고 순항할 수 있도록 노련한 지휘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