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음성교환기사업 포기

 세계 통신장비 회사들이 데이터 통신분야로 무게중심을 급격히 옮기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TDX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음성교환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기술을 이전받고 있는 TDX100 전자교환기를 끝으로 앞으로 전통적인 개념의 음성용 국설교환기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또 음성교환기 수출도 전면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 부분에 투입됐던 관련 인력을 이동통신용 사업자 장비, 그리고 비동기전송모드(ATM) 장비를 비롯한 데이터통신 장비 분야에 재배치하기로 하는 등 전체적인 통신시스템 사업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외 교환기 3사의 통신시스템 사업 구조조정도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이며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업계 최고의 효자품목으로 꼽혔던 음성교환기는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초부터 음성교환기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사업성 검토에 착수, 우선 해외사업부터 정리하고 국내사업도 크게 축소해나가기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TDX 기반의 음성 교환기 수출을 전면 중단한 상태며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철수를 위한 법률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측은 『음성 교환기 해외사업의 경우 유지보수, 교환기 업그레이드 등 사후에 지출되는 비용부담이 너무 커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또 지난해부터 정부 수출보조금이 중단된 상태여서 해외 대형 업체와의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내사업 부문은 TDX100을 끝으로 향후 후속모델을 개발하지 않기로 했으며 TDX100 유지보수나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최소 인력만 운영할 방침이다.

 이는 한국통신의 향후 5년 동안 교환기 발주물량이 800만 회선(약 8000억원)에 불과하고 반전자 교환기 교체물량도 초고속 인터넷 기반 망 확충에 투자순위가 밀려 무기한 연기되는 등 국설 교환기 시장이 사실상 크게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시장 조사기관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전통적인 음성통신 교환기(서킷 교환기)는 통신서비스 업체의 네트워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수천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던 세계 교환기 시장이 오는 2001년에는 20억달러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