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난주 6일 동안 열린 국제 표준화 활동기구인 「정보기술통합위원회(JTC1)」 서울총회는 뉴밀레니엄 시대의 정보산업에 대비해 국제표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사였다.
우리는 이번 서울총회를 계기로 기업과 정부 등이 정보산업 경쟁에서 국제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 및 국제활동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표준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소리없는 전쟁으로까지 불리는 정보산업 경쟁에서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을 꼽는다면 바로 컴퓨터 및 정보통신과 같은 정보기술산업과 이를 근간으로 한 표준화라고 할 수 있다. 정보기술산업의 표준화는 최근 국제 표준화 활동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표준화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를 냉철하게 분석해 보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를 서둘러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일본 등을 비롯한 선진 각국은 정보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인식해 대대적인 육성정책을 펴고 있고 표준제정에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국의 이익이 반영된 국제표준을 제정해 향후 컴퓨터 및 정보통신분야에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JTC1 서울총회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표준을 통한 정보기술 선점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고 한다. 18개국 60여명의 각국 대표들은 「멀티미디어 표준화」를 주요 의제로 첨예한 논쟁을 벌여 정보산업에서 핵심 과제로 떠오른 정보 신기술의 미래를 조망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JTC1 서울총회에서는 JTC1 표준화 활동에 대해 외부의 각종 컨소시엄 및 포럼 등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Y2K 관련용어의 국제표준인 ISO/IEC 16509를 무료화하며 XML언어를 현재 국제표준인 SGML에 수용토록 논의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성과다.
또한 우리 기업이 정보기술표준 가운데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차세대 광기록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고, 우리가 선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MPEG(SC29) 사설종합통신망(SC6) 등의 표준화 방향을 우리한테 유리하게 이끌었다는 것도 성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세계정보기술 환경에서 선진 각국은 표준화를 경쟁의 전략도구로 삼아 한층 더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서울총회를 계기로 기업이나 정부는 정보기술분야의 국제표준화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표준화 경쟁에서 뒤질 경우 21세기 정보산업에서 시장선점의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이 분야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과 지속적인 연구활동이 요구된다. 아울러 국제표준화 활동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고 국내기술을 최대한 반영시키기 위한 관계당국의 뒷받침도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