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장비 업체, 한국 공략 강화

 연 매출액이 100억달러가 넘는 유럽 대형 통신장비 업체들이 미미했던 국내사업을 최근 크게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유럽지역에서는 루슨트·노텔·모토롤러·시스코 등 미국 통신 업체들보다 시장점유율에서 앞서갈 정도로 기술력을 갖춰 그동안 미국업체 중심의 국내 시장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키아·에릭슨·알카텔·마르코니 등 대형 유럽통신장비 업체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조직을 재정비하거나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등 국내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통신시장이 사이버코리아21, IMT2000 등 대형프로젝트 추진으로 선진 기술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데다가 더이상 미국업체에 밀릴 경우 국내시장은 물론 향후 최대 통신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지역에서 기반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기기에 강점을 갖고 있는 에릭슨과 알카텔의 경우 IMT2000을 중심으로 국내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한 통신장비 분야에서 앞서 있는 알카텔·마르코니의 경우 미국 통신장비회사인 자일랜·포어 등을 매입한 데 따라 국내 기반을 갖춘 이들 조직을 바탕으로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알카텔은 국내에 연락사무소 형태로 있던 알카텔유럽·알카텔유에스에이, 그리고 자일랜의 국내 지사인 알카텔인터네트워킹코리아(구 자일랜코리아)를 다음달 통합해 운영한다. 인력도 현재 35명 수준에서 연말까지 50여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자일랜의 네트워크 장비와 알카텔의 ADSL장비를 중심으로 국내에 공급해왔으나 조직 통합을 계기로 컴퓨터통신통합(CTI)장비, DWDM, SDH 등 전송장비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에 음성교환기·TRS단말기 등을 주로 공급해온 에릭슨코리아(대표 야노스휘게디)는 최근 이동통신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 주요 이동통신장비 업체, 사업자들과 WAP 브라우저 소스코드와 관련기술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IMT2000과 관련된 별도의 마케팅 조직을 신설하기로 하고 현재 인력을 모집중이다.

 국내에 GSM단말기 생산법인과 마케팅 및 연구조직을 두고 있는 노키아는 지난 4월 SK텔레콤과 IMT2000 시장을 겨냥, 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연구개발에 제휴한 것을 계기로 지난 8월 대규모 연구인력을 모집하는 등 한국을 CDMA 거점화 지역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IMT2000 관련 연구인력은 현재 수십명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200여명까지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할 방침이다. CDMA PCS 단말기를 비롯,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위성통신장비, 무선통신기기, 전송장비 등 다양한 통신장비 제품을 내년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판매키로 하고 마케팅 인력도 보강중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회사인 마르코니(구 GEC)도 미국의 ATM 장비업체인 포어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다음달 국내에 통합 회사를 발족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포어시스템즈와 마르코니 p.l.c를 통합해 운영하게 되며 앞으로 인력을 보강, 네트워크 제품 외에 새로 광 전송장비 등을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