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처.컴 앤드류 브룩스
세계에서 제일 큰 온라인책방 주인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레코드가게 주인은 CDNow의 제이슨 & 매트 올림 형제다. 그렇다면 인터넷 최대 가구상은 누가 운영할까. 정답은 퍼니처.컴(furniture.com)의 CEO 앤드루 브룩스(Andrew Brooks)다.
인터넷에 가구상이 등장했을 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전자상거래로 성공을 거둔 아이템은 책이나 장난감, 음반 등 값이 싼 소품들이었기 때문에 소파나 침대처럼 고가의 가구를 과연 팔 수 있을까 의심의 눈길을 보냈던 것. 하지만 앤드루 브룩스 사장은 자신만만했다. 그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에는 8000개 이상의 가구 제조업체가 있지만 전국적인 브랜드는 아주 드물다. 가장 큰 소매상이라고 해도 2만점 이상의 가구를 취급하기란 어렵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신혼살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평균 5군데 이상의 가구점을 둘러본다. 만일 인터넷가구점에 5만점 정도의 가구를 진열해놓고 다리품을 팔 필요가 없는 편리한 쇼핑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승산은 충분했다. 연간 1780억달러의 가구시장은 도박을 해볼 가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브룩스에게는 든든한 후견인이 있었다. 이름만으로도 성공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데이비드 웨더렐. 라이코스와 지오시티에 투자해 인터넷시대의 대표적인 억만장자가 된 웨더렐은 결코 지는 게임에 돈을 거는 사람이 아니었다. 웨더렐의 투자로 퍼니처.컴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퍼니처.컴이라는 회사명도 브룩스에게 힘을 실어 줬다. 퍼니처 컴은 원래 퍼니처사이트.컴(furnituresite.com)으로 출발했지만 인터넷가구시장의 리더에 어울리는 도메인 이름을 사서 사이트를 새단장했다.
퍼니처사이트.컴의 창업자는 엠파이어 퍼니처(Empire Furniture)라는 가구회사의 소유주다. 그는 40년대 매사추세츠에서 가구상을 시작한 베테랑 사업가로 인터넷시대에 걸맞은 신선한 경영자를 물색하다가 뉴욕의 채널네트워크사 COO로 일하던 브룩스를 지목했다. 채널원은 온라인네트워킹회사였고 브룩스는 다이렉트마케팅의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
CEO가 된 후 브룩스가 처음 한 일은 전통적 방식으로 운영하던 가구숍의 문을 닫는 것이었다. 그리고 퍼니처.컴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는 사이버숍의 장점을 살려 네티즌들로 하여금 「퍼스널 쇼룸」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좋아하는 가구들로 나만의 전시장을 꾸며놓고 언제든 둘러볼 수 있게 해준 것.
그리고 사이버컨설턴트를 배치해 24시간 고객을 만나도록 했다. 가구상에 갔을 때 가장 짜증나는 일은 매장직원의 불친절과 편견이다. 하지만 사이버컨설턴트는 아무런 사심 없이 5만점의 가구 중 가격과 디자인을 고려해 최상의 후보를 골라준다. 게다가 쓸데없는 사설로 쇼핑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실시간 채팅과 E메일, 전화까지 커뮤니케이션은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구업계에 닐슨(Nielsen)처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유명 광고업체가 없다는 것도 브룩스에게는 오히려 호재였다. 퍼니처.컴은 전통적인 가구회사와 달리 어떤 연령층, 어떤 직업의 네티즌들이 찾아와 어떤 가구를 보고 가는지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퀸 사이즈와 킹 사이즈, 엷은 나무색과 짙은 나무색, 바로크풍과 현대적 디자인, 네티즌들이 어떤 제품을 클릭했는지 기록이 고스란히 남는 것.
인터넷 가구숍은 이제 책, 음반, 장난감에 이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이버비즈니스가 됐다.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책을 파는 대신 테이블에 주목했던 브룩스의 선견지명은 그를 웹 셀러브리티(Celebrity)로 만들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