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가전서비스센터의 무책임한 AS

 5년 전에 구입한 VCR가 얼마 전 고장나 생산회사인 S전자의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요청했다.

 AS를 접수한 서비스센터는 곧바로 고장난 VCR를 가져갔으며, 1주일 후에 연락이 왔다. 그 VCR의 부품이 단종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AS담당자는 고장난 VCR를 집으로 다시 갖고 가더라도 사용할 수가 없고 직접 버리면 폐기부담이 될 것이니 이곳에서 폐기처분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하도록 허락했다.

 집에 어린이가 있어 비디오를 많이 보기 때문에 우선 괜찮은 중고 VCR를 사기로 하고 3일쯤 지나 동네의 재활용센터를 찾았다. 재활용센터에서 VCR를 고르다 보니 7∼8년 된 제품도 진열되어 있는데 화질이 선명했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5년 된 제품의 경우도 부품이 없어 폐기처분을 했는데 어떻게 7∼8년 전 제품이 이렇게 깨끗하게 나오냐고 물었다.

 재활용센터의 담당자는 대부분의 경우 다른 부품으로 교체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의 제품도 가져오면 3만원에 구입하겠다며, 만약 그 부품을 타 부품으로 교체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머지 부품은 뜯어서 타 용도로 사용할 수가 있다고 했다.

 나는 재활용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S전자의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고장난 VCR를 회수한다고 했더니 서비스센터 담당자는 그 고장난 VCR는 이미 폐기처분했다고 말했다.

 나는 서비스센터 직원의 말만 믿고 폐기를 요청한 것이 후회스럽고, 너무 안이하게 AS처리를 끝낸 서비스센터에 실망했다.

 전자산업의 발전속도가 너무 빨라 전자제품의 사이클링 주기가 짧아졌다고 하나, 제품출시 후 5년밖에 되지 않은 상품의 부품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환경친화형 제품이라고 광고를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헛되게 제품을 폐기하지 않도록 관련부품을 장기간 보유함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이전에는 S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만족했다. 그렇지만 이번 일로 인해 나는 S사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신뢰를 쌓기는 힘들어도 잃는 것은 한순간이고, 한번 돌아선 불신을 회복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기업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미정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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