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음반업계의 자가당착

문화산업부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누구의 떡이 더 큰가.」

 요즘 음반업계는 「음반제작시 자신들의 몫이 얼마나 되나」 하는 문제를 놓고 심각한 자기 정체성 위기에 빠져 있다.

 음반제작사들은 그동안 외모가 수려하고 속된 말로 한번 「뜨겠다」 싶은 젊은 신인을 발굴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물론 이 경우 작사가·작곡가·연주자에게 선급금을 주고 음반을 제작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었으며 당연히 음반사가 모든 권리를 갖는 게 옳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들이 외압(?)에 밀려 자기 몫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MP3파일 서비스에 관한 합의」과정에서 「복제권」에 대해 모든 권리자들이 골고루 자신의 몫을 가져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사적 재산권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PC통신업체들의 MP3서비스를 중단시키고 인터넷 음악쇼핑몰을 구축, 직접 MP3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음반사 입장에선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재물은 누가 챙긴다」는 식으로 앞으로 작사·작곡가나 뮤지션들은 손도 안대고 코를 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음반사들을 망연자실하게 하는 사건이 하나 생겼다. 지난달 국내 음반사로는 처음으로 인터넷 음악쇼핑몰을 개설한 모 회사의 월매출액이 불과 1000만원에도 못미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음악쇼핑몰 사업이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했는데 결과는 「미운오리새끼」였다. 물론 초기시장이라서 그렇다고 자위도 해보지만 이를 통해 자신의 몫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실망의 빛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협소한 시장에서 제몫찾기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먹을 떡만을 논하기보다는 시장활성화를 통해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게 현재로서는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