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트렌드>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사장

 모든 것에서 항상 「최고」만을 고집하기는 어렵다. 외부여건은 물론 내부사정에 의해서도 차선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무리없는 선에서 적당한 수준에 만족하는 게 더 보편적인 모습이다. 최고만을 선택했을 때 그에 따르는 위험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를 무릅쓰고 최고를 향해 달리는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져 찬사를 받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사장은 언제 어디서나 「최고」만을 주장하는 몇 안되는 경영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황 사장 경영철학의 정점에는 최고에 대한 열정이 숨어 있다. 기술·제품·인력·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서 철저하게 최고만을 추구해왔다. 최고를 지향하는 일관된 경영방침은 주성엔지니어링이 「반도체분야의 성공기업」으로 불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93년 단돈 5000만원으로 출발한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900억원, 2000년 2000억원의 매출을 넘보는 중견 반도체장비 업체로 급성장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대기업도 엄두를 내지 못한 반도체장비 개발에 겁없이 뛰어든 것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당시로서는 다소 허황된 전략이었다.

 최고를 향한 집념이 처음 결실을 본 것은 지난 96년, 「유레카 2000」이라는 저압화학증착장비(LPCVD) 개발을 완료한 때였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 제품은 당시 삼성전자·현대전자는 물론 대만에까지 판매됐으며 출시 1년 만에 국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제2, 제3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매년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주성엔지니어링은 급기야 최근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진출에 성공했다. 최고의 기술·제품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쟁쟁한 해외업체들을 물리치고 이름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최고의 고객서비스 정신이 깊게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내부고객인 직원에 대해 적용하는 제도는 가히 파격적이다. 직원들은 해마다 한달 동안 재충전 유급휴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유연성을 기르도록 하자는 게 그 취지다. 물론 여기에는 공백이 생겼을 때도 업무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조직의 역량을 키우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150여평 규모의 주말농장과 체육공원, 최고급 식당도 직원에 대한 배려의 산물이다. 2년 이상 근속한 직원 가운데 회사기여도가 큰 직원을 선정, 전액 지원하며 해외유학을 보내는 것도 최고급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고의 제품과 최고의 기술인력,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지향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최고의 전문업체가 되는 것이다. 반도체장비 분야에서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업체로 성장하는 게 황 사장의 포부다.

 주위에서는 그 꿈이 언제 실현될지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데 동의한다. 주성엔지니어링을 이끌었던 원동력이 「최고」에 대한 집착이었고 지금까지의 모습처럼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기술과 경쟁력 있는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고, 능력있는 직원들이 최고의 조건에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는 황 사장의 말은 최고경영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