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벤처" 투자 옥석 가려야

 일부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붐」을 타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나 아이템도 없이 무턱대고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최근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인터넷 벤처기업 상당수가 자금만 끌어모아 본업보다는 재테크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앞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더욱이 주식공모 또는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돈놀이를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업을 열심히 하여 경영실적을 개선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재테크를 해 경영적자나 메우는 것은 사기행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 벤처기업의 성장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인터넷광고·디지털방송 등 인터넷을 이용한 사업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벤처 열풍은 우리 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 때문인지 인터넷 벤처기업에 대한 자본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많은 벤처캐피털과 일반 투자자들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터넷 벤처기업에 경쟁적으로 자금을 대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전자상거래에 관한 법안의 발효를 앞두고 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성장성과 풍부한 자금을 내세워 본업이 아닌 재테크에 매달리는 것이 과연 벤처업계나 종사자들에게 보탬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되새겨 볼 때라고 생각한다.

 벤처기업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도전하는 가운데 한두번 실패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건전한 벤처문화를 조성하는 밑바탕이기도 하다. 하지만 창조적 도전의식 없이 현실에 안주하여 돈놀이에 열중하는 것은 「벤처 싹의 밑동」을 잘라버리는 행위와 같다.

 지금은 이러한 인터넷 벤처기업 상당수가 출범 초기라서 별다른 사업을 하지 않고도 자금이 풍부하다. 하지만 미래에는 이 자금이 큰 짐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벤처기업들은 무너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나아가 이같은 사례가 늘어나면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이같은 일련의 행위는 그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편법을 이용하여 기업을 확장시키는 기업인을 유능한 기업인으로 여기고 아이디어나 기술력·경영능력은 무시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품을 쌓아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기업가의 도덕성 결여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 벤처기업에 관심있는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업계 내에서 얻고 있는 기업가의 평판과 도덕성, 비즈니스 마인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도 앞으로 벤처기업가에 대한 심사를 강화, 옥석을 가려 건전한 벤처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인물에게 투자하는 방향으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코스닥 등록이나 인터넷 공모로 투자자금을 끌어모아 놓은 뒤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본업보다는 재테크에 매달리는 풍토는 더이상 용납돼서는 안된다. 최근 한 인터넷 전문가가 『이런 풍토가 계속된다면 멀지 않아 95%의 벤처기업이 무너지고, 돈을 날린 투자자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한 말은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