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문제는 단지 해당 시스템에 대한 대책수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대처해야 할 프로젝트다. 자사의 전산시스템을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협력업체나 기간시설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사후 대처방안 및 법적 분쟁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설령 2000년 1월 1일을 아무런 문제없이 맞이했다 하더라도 향후 또 다른 문제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대기업 등은 Y2K 문제해결을 완료하고 비상계획 수립 및 시행, 사후 대처방안 수립, 법적 분쟁 대책 마련 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Y2K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났다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의 Y2K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Y2K문제는 IMF라는 국가적 위기상황 때문에 뒷전이었지만 언론을 필두로 정부와 중소기업청 등이 Y2K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자 허겁지겁 대책을 마련하고 문제해결에 착수해 이제는 거의 완료단계에 와 있다』며 『그러나 대기업들은 Y2K 실무자들에게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해 적당한 보상을 내리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전산실을 단지 구조조정의 대상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Y2K관리 13대 중점분야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분야로 중소기업을 꼽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중소기업은 Y2K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거나 단지 전산실의 업무로만 여기고 있다. 정부가 걱정하는 것도 이같은 중소기업들의 대응자세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Y2K 문제해결은 단순히 프로그램 수정이나 설비교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비상대책 및 사후 대응방안 수립 등의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하며, 2000년 이후에도 Y2K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1·4분기까지는 팀을 운영해야 한다』며 『대기업들은 이를 인식하고 비교적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문제해결을 끝내고 인증서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국가의 주요 기간시설에 대한 Y2K해결 및 비상계획 수립 등이 거의 완료단계이고, 중소기업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중소기업들에 비상계획 수립 등을 강요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의 Y2K 대처상황을 볼 때 가장 취약한 부분은 PC의 Y2K문제다. 회사 업무의 대부분을 PC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동북부 메인주에서는 주 정무장관실 컴퓨터가 Y2K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2000년식 신형 승용차 800여대와 견인 트레일러 1200여대가 구식 자동차로 분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컴퓨터가 신형 자동차를 1900년에 생산된 구식 자동차로 분류해 하마터면 폐차될 뻔한 위기를 맞은 것. 이들 차량 등록서류는 또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 송부됐고 그 곳에서도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PC의 Y2K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국내 중소기업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남은 기간 집중 보강해야 할 문제는 정부와 기업, 기업과 기업간 업무협력체제 구축이다. 정부부처나 기간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의 Y2K 담당자들은 비공식적인 연락망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공식화하고 일반 기업체로 확대해야 비상시 대처능력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류필계 Y2K상황실장은 『앞으로 발생할 여러 가지 국가적 위기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때 이번과 같은 협조체제가 커다란 밑거름으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