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미국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주립대 유학중 TV를 샀을 때의 일이다.
옆집에 사는 미국인 아줌마가 친절하게 컨슈머리포트지라는 제품소개 책자를 갖고 프라이스클럽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 아줌마는 책자를 보여주면서 일본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권했지만, 미국시장에서 일본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한 국산 제품이 반가워서 나는 우리나라 L전자의 TV를 샀다.
집에 와서 상자를 열고 보니 소비자조사카드가 있었다. 나는 국내에서는 제품을 구입한 후 소비자조사카드를 작성해 보낸 적이 없었다. 국산 제품의 품질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조사카드를 정성껏 작성해 우체국에 갔다.
소비자조사카드는 소비자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지만 제품을 만든 회사에는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업체는 조사카드의 우송료를 부담한다. 그런데 L전자의 소비자조사카드에는 수취인 우송료부담 마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카드 크기도 미국의 규격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규격에 맞는 카드라면 몇십 센트만 내도 될 것을 1달러 정도 지불했다.
최근 국산 전자제품·자동차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제품을 수출할 때 해당 국가의 소비자문화를 정확히 파악해 사소한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챙겨주길 바란다.
이인일 과학기술부 행정관리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