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최근 실시한 대용량 전전자교환기 입찰에서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공급자로 선정됨으로써 국내 교환기산업 구조가 재편될 조짐이다.
17일 한국통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대우통신·삼성전자·LG정보통신·한화정보통신 등 국내 교환기 4사 체제로 이뤄져왔던 교환기업계 공급구도가 이번 낙찰결과에 따라 단일업체, 또는 양사체제로 굳어지는 등 급격한 구조조정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입찰이 그동안 줄곧 제기돼 왔던 국내 교환기업체들의 신제품 개발 및 가격경쟁력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결과로서 앞으로 외국업체 위주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한국통신의 총 20개시스템 89만367회선의 수요물량가운데 35%에 해당하는 6개시스템 약 31만회선을 총 267억9000만원을 제시해 공급자로 선정됐다. 반면 대우통신은 자체개발한 TDX100 모델로 281억원을 제시했으나 한국통신의 당초 예가를 초과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2월로 예정된 한국통신이 실시할 추가입찰에서도 삼성전자·LG정보통신·한화정보통신은 대우통신의 TDX100에 대한 기술전수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참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이들업체는 특히 한국통신의 향후 5년간 교환기 발주물량이 800만회선 8000억원에 불과하고 반전자교환기 교체물량도 투자순위에 밀려 무기한 연기되면서 국설교환기 사업부문에 대한 사업축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한화정보통신·LG정보통신 등 3사는 『대우통신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고 있는 TDX100 전전자 교환기종을 끝으로 향후 전통적 개념의 음성교환기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수출보조금 중단과 함께 해외업체와 가격경쟁력에서 밀린다고 보고 지난해 7월부터 한정적인 음성교환기 수출에 나서는 등 점진적 수출축소에 나서고 있다.
한화정보통신도 최근 교환기 사업부 담당임원이 사퇴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사업퇴조 분위기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G정보통신도 차세대교환기인 복합교환기 개발을 준비하면서 음성교환기 사업 경쟁력 상실에 따른 대안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나마 동남아 중심의 교환기 수출시장확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정도다.
대우통신 측은 『연간 2000만 회선을 공급하는 루슨트 같은 대형업체와 연간 100만회선 수요를 맞추기에도 급급한 국내업체간 가격경쟁력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외국 통신거인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을 토로했다.
대우통신을 제외한 주요 업체의 교환기사업부는 이미 교환기분야에 투입됐던 연구인력을 이동통신장비 및 비동기전송모드(ATM)장비분야로 전환하기로 하고 인력 재배치에 들어갔다. 한편 한국통신은 내달초 31만3000회선규모의 2차 교환기 입찰을 실시할 계획으로 알려져 루슨트와 대우통신간 입찰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지난 11일 입찰결과에 따라 자사의 5ESS2000 교환기6개시스템을 신사(4만7708회선), 동울산(3만2480회선), 남수원(7만2584회선), 대구월배(4만7664회선), 충남용전(6만5120회선), 충북 남청주(4만7840회선)등 6개 국사에 각각 설치하게 된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