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환기 맞은 ISDN 시장 (하)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의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사실상 ISDN을 포기하고 ADSL에만 전력투구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내 통신망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 데이터통신수단에 비해 최고 100배 빠른 초고속통신망으로 알려진 ADSL은 국내에서 상용화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가입자들이 느낄 수 있는 체감속도는 100배가 아닌 10배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ISDN이 전화국으로부터 4㎞ 이내 반경에서 최대 128Kbps를 지원하는 것과는 달리 1㎞ 이내에서 평균 6Mbps, 2㎞에서 2Mbps, 3㎞에서 1Mbps, 4㎞ 384Kbps 등 서비스 거리에 따라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ADSL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ADSL 발전계획은 미국에 버금가는 것으로 우리보다 인구가 3배 가량 많은 일본보다도 훨씬 앞서 있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ADSL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무리하게 도입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품질이 향상되고 기본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된 다음에 도입해도 늦을 게 없다는 주장이다.

 국내 ISDN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한결같이 ADSL 서비스망이 완벽히 구축되는 2001년까지 ISDN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올 들어 단말기 생산시설을 3배 이상으로 확충했다. 하지만 서비스 사업자들의 정책선회로 전면적인 계획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다행히 ISDN 단말기 업체 가운데 디지텔은 일본 소피아에 올해 8만대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매년 30만대씩을 수출하기로 돼 있어 안정기반은 이미 마련했다. 그러나 기타 단말기 업체들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수확대를 꿈꿔오던 기타 업체들은 부랴부랴 수출활로를 모색하거나 ADSL에 관련된 대체상품 개발에 나서야할 형편이다.

 국내 ISDN 단말기 업체들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ISDN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럽 및 일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가격 및 기술경쟁력으로 국내에서 대만산을 제압했던 저력을 해외에서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ISDN 업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법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단말기 업체들은 국내 경쟁구도를 해체하는 대신 한 업체는 내수만 전담하고 또다른 업체는 수출만을 전담하는 등의 업무분담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또한 올해 ISDN 단말기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폭증하면서 각 업체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상당부분을 ADSL 관련 상품개발에 투자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은 ADSL을 기존 ISDN의 대체상품이 아닌 보완상품으로 인식하고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윈윈(Win­Win)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하나로통신이 올해 ISDN 수요에 대비해 단말기 1만대를 확보하고도 한국통신의 주력서비스인 ISDN에 경쟁하기 위한 방편으로 ISDN을 구리선에, ADSL을 광통신에 비유해 ISDN을 스스로 비하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위의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적어도 ADSL 100만회선 확충을 선언한 한국통신은 ADSL 가입자 유치를 위해 그동안 주력해 오던 ISDN을 구시대 통신수단으로 비하하는 일은 없어야 윈윈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관련 기관도 국내 ISDN산업이 못다핀 꽃으로 전락하지 않고 상승세를 해외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외품질 인증, 판로개척 등에 행정 및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