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의 WTO 가입

 중국은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세계 9위의 무역규모를 가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내년 초 가입한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림에 따라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도 중국의 WTO 가입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업종별 득실, 향후 전망 등을 토대로 나름대로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시장개방은 우리한테 해외시장 확대의 좋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앞으로 어떤 전략을 마련해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세계시장에서 저가인 중국제품과 어떻게 경쟁을 벌여 이기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중국시장 개방 이후의 사태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란 거대 시장이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우리 상품의 수출규모가 12억∼15억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중국 직접진출과 이로 인한 사업기회가 확대되면 그만큼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다행인 것은 2002년 중국의 디지털방송을 겨냥해 우리가 디지털TV나 디지털다기능디스크 등 중국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진출하고 이동전화 등 각종 통신장비는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가제품을 대량 생산해 미국이나 유럽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우리 상품과의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의 저가수출 전략이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해 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수출감소는 기업이나 국가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산제품 중 가격이나 품질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제품은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문호를 개방해도 안방을 외국기업에 아무 조건없이 고스란히 내준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반덤핑 조례나 긴급 수입제한 조치 등 각종 규정을 만들어 규제하거나 준조세성 공과금을 부과해 외국기업들의 중국시장 활동을 제약할 것이고 상황변화에 따라 수시로 방어벽을 마련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점을 면밀히 분석해 중국진출 전략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저임금과 저가 위주의 진출전략에서 벗어나 반도체나 컴퓨터, 정보통신 등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집중 개발해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중국시장에서 중국기업과 함께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전략수정이 없으면 우리 제품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리고 선진국의 유명 브랜드에 시장을 내주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추진해 온 가격경쟁력에 의한 수출확대는 현실적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지금 시급한 일은 우리가 최고의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 중국제품과 차별화를 이룩하는 한편 중국의 규제나 제도 변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