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미국 현지시각)은 국내 IT업계는 물론 증권가에 의미가 큰 하루였다.
두루넷(대표 김종길)과 미래산업(대표 정문술)이 동시에 「세계증시의 꽃」으로 불리는 미국 나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날이기 때문이다. 현지업체가 아닌 국내 순수업체가 나스닥시장에 상장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 두 회사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다는 점과 거래 첫날 의외의 큰 인기를 모았다는 점에서 미국증시 진출을 노리는 국내 IT업체들에 모범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루넷=신주발행을 통한 정통적인 방법(레벨3)으로 나스닥에 직상장한 경우다. 지난 10월 말 미국 현지 로드쇼를 통해 실시한 투자설명회에서 히트레이쇼(HitRatio) 100%를 기록해 현지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현지에서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을 진두지휘한 김종문 전무는 『150개의 투자기관과 대형업체들을 대상으로 투자의사를 타진한 결과 모든 회사가 많은 액수의 투자를 원해 성공적인 상장을 예감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인기에 힙입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증권위원회(SEC)가 두루넷의 공모가격을 당초 예정가격(12달러)선보다 크게 오른 18달러로 결정했고 물량도 15%나 늘리는 것에 쉽게 승인했다는 후문이다.
김전무는 또 『장중 한때 주가가 50달러를 넘어선 것은 해외업체로는 극히 드문 현상이라고 현지업체들은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번 상장이 이처럼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은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등 정부기관의 체계적인 지원과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신뢰도 회복이 큰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미래산업=이번 상장은 미래산업이 기존에 발행한 주식 가운데 외국인들이 보유한 물량을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현재 미래산업의 주식을 보유한 국내투자자와 외국인은 물론 앞으로 일정 범위안에서 이 회사의 주식을 사는 외국인까지 ADR로 바꿔 나스닥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게 된다.
미래산업은 또 늦어도 내년 1월까지 1억달러 규모의 신주를 추가로 발행해 나스닥에 상장할 방침이다. 회사측은 나스닥 상장 물량을 앞으로 발행할 1억달러어치 신주를 포함해 총 2000만ADR로 정했다. 또 1ADR에 2주씩을 부여하기로 결정해 총 4000만주를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셈이다.
정문술 사장은 『이번 나스닥 상장은 준비 후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뤄진 것으로 이는 창업 이래 지속적으로 기업윤리를 강조하며 투명한 정도경영과 건전한 재무구조를 구축한 평소의 경영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적인 벤처기업의 하나인 미래산업의 이번 상장은 주주보호 우선이 가장 엄격한 SEC의 까다로운 공시기준(Disclosure Standard)을 우리 기업도 충족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