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히타치, "가전부문" 손잡는다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샤프가 가전 사업에서 포괄 제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이들 두 회사는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이나 AV기기를 내년부터 상호 OEM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개인휴대단말기(PDA)와 저소모전력형 가전의 공동개발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회사의 포괄 제휴 추진은 제품의 상호공급을 통해 채산성이 맞지 않은 생산 부문에서 철수하는 동시에 신제품 개발 및 생산의 효율화를 도모해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제휴 추진은 생산액 기준으로 약 9조엔 규모인 일본 가전 시장이 장기 침체에 가격경쟁까지 치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활용 등의 환경대책 요구가 높아지면서 업체들의 설비투자 부담도 가중돼 이미 성숙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각 업체가 개별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구조조정(리스트럭처링)에는 한계가 있어 동종 업체간 제휴가 불가피하다는 상황적 판단에 기인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히타치와 샤프의 제휴 추진을 계기로 일본 가전업계에서는 대규모 재편이 진행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히타치와 샤프 두 회사는 우선 전기밥솥 등 소형 가전에 대해 저가 기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샤프가 히타치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에서는 히타치가 샤프에 제품을 공급하는 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샤프가 AV기기, 히타치가 컬러TV와 냉장고 등에 대해 생산의 해외 이전을 적극 추진하면서 국내 생산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양사의 생산 협력은 장래 생산거점의 통폐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두 회사는 또 히타치 계열의 일본 전역 7000개 가전 판매점에서 디지털비디오카메라(DVC), 휴대형 미니디스크(MD)플레이어 등 샤프의 AV기기를 판매할 계획인데, 샤프 브랜드로 판매할지, 히타치 브랜드로 바꿔 판매할지는 추후 결정할 방침이다.

 또 두 회사는 금후 성장이 전망되는 PDA에 대해서는 2000년 이후 실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형의 공동개발을 검토중이다. PC나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각종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형은 샤프가 현행 주력 상품인 「자우르스」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히타치에서는 반도체 등 관련 기반기술을 제공해 조기 상품화, 소니나 마쓰시타전기산업 등에 대항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개정에너지절약법」, 2001년 4월 시행 예정인 「특정가정용기기재상품화법(가전리사이클법)」 대책으로 두 회사는 자사기술을 상호 제공해 소모전력을 억제하고 리사이클이 용이한 절전형 가전의 공동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히타치는 98 회계연도(98년 4월∼99년 3월) 가전 사업에서 8972억엔의 매출을 올렸으나 64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샤프는 약 6800억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