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국내 전자·정보통신업체들에는 기회와 시련이 상존, 그 어느때보다도 국제경쟁력 제고에 힘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LG·현대 등 민간연구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WTO 가입이 반도체·정보통신·PC 등을 중심으로 한 우리 기업들에 막대한 잠재시장을 제공하겠지만 그 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힘든 싸움을 거쳐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이들 연구소는 중국이 WTO 가입으로 중국 자체 시장의 확대뿐 아니라 우회수출이 늘어나게 돼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전자부품 및 완제품 공장들이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중국시장에 대한 선진국들의 발빠른 선투자 움직임으로 인해 중국내 시장에서의 정보통신 및 반도체 등 첨단기술분야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선진국들이 중국 직접투자를 통한 현지생산으로 D램 등 생산원가 절감을 이뤄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소들은 현재 일부에서 낙관하고 있듯 중국의 거대시장 개방으로 정보통신·PC·가전 등 우리 주력 전자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장기적인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중국시장은 이동전화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인터넷인구도 5년안에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에도 막대한 잠재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모토롤러·IBM·AT&T·컴팩·루슨트테크놀로지스·휴렛패커드 등 미국 선진업체들의 대형 미·중협력 프로젝트가 이미 계획돼 추진되고 있다며 국내업체들의 시장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CDMA분야에서도 한국이 선두주자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갖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미국에 CDMA 시스템 채용 및 미국과의 합작의사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의 진출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일본 및 유럽업체들도 중국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은 세계 유수업체들과의 경쟁을 의미하고, 이미 중국과의 협상으로 기득권을 획득한 미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선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전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시장은 이제 국내외 유명 메이커 제품의 혼전이 예상되는 국제시장의 축소판으로, 저가·저질 제품으로는 시장경쟁력이 없다며 국내 업체들은 중국시장 접근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창욱 박사는 『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시장의 엄청난 시장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지만 단기적으로 반도체시장에서 얻는 국내업체들의 이득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중국의 WTO 가입은 선진국 기업들의 대중 투자확대를 도와 이들 업체의 글로벌화 전략과 맞물려 D램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재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도 공산품은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겠지만 농산물·정보통신·금융·유통분야 등에서는 미국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전재욱 박사는 『국내 기업들의 중국시장 접근은 지금까지의 생산비 절감형 제조업 투자 일변도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정보통신·전자 등으로 옮겨가야 하며 투자방식도 부품수출이나 라이선싱, M&A방식에 의한 직접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