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중국과의 교역이 WTO 가입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협력할 수 있는 분야와 경쟁이 불가피한 부문을 정확히 파악한 후 서로가 잘되는 「윈윈」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력의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어줄 전망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 이뤄지면 지금까지 대 중국 직수출시 내야 했던 관세가 평균 22%에서 17%로 줄어드는 등 30%에 달하던 각종 세금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기존의 「중국 - 중국 - 외국인」 투자방식만을 허용했던 중국정부가 이번 합의를 통해 「중국 - 외국인」 합작 투자방식을 허용함으로써 우리를 비롯한 세계적 전자업체들의 대 중국 투자가 촉진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달러화 투자(파이낸싱)만으로 제한했던 외국인의 중국내 자본투자가 위안화로 확대됨으로써 외국인에게 투자가 더욱 용이해진다. 이는 중국 본토가 우리들의 주요 생산기지 또는 투자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우리기업의 중국진출 여건이 좋아졌다고 해서 중국 진출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거나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여건이 좋아도 이를 소화하지 못하면 성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에 우선 중국내 실수요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중국의 상거래 관행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성급하게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에게 신천지를 제공하는 반면 무서운 경쟁자의 태동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추월, 세계 4위의 전자생산국으로 올라섰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4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전자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물론 내용면에서 보면 그리 위협적인 결과는 아니다. 중국이 세계 4위의 전자 생산국으로 부상한 것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저가의 전자제품을 대량으로 생산, 수출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질적인 고도화보다는 급속한 양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수준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으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집약적인 제품은 과감히 이전하고 기술집약적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등 중국을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인식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전자부품을 예로 들면 우선 PCB와 코일부품 등 노동집약적인 제품의 경우 중국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분야인 만큼 앞으로 이들 제품의 시장을 둘러싼 국내 및 중국 업체간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부품업체들은 비교적 중국에 비해 기술우위를 점하고 있는 칩 부품과 RF부품, 디지털 부품 등의 개발 및 생산량을 확대해 앞으로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부품뿐만 아니라 가전과 컴퓨터 등 전자제품 전반에 해당된다. 경쟁력 없는 제품은 과감히 이전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품개발과 시장개척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 우리 전자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을 적으로 삼느냐 아니면 협력자로 만들 것이냐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 전자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