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송계 "인터넷 체감도"

 방송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인터넷의 물결이 앞으로 방송사의 제작시스템과 방송산업의 구조개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외면하고는 방송계의 미래를 논할 수 없다는 데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 미디어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과 TV의 결합」은 방송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음악전문 채널인 MTV는 이달 말부터 「웹 라이어트(Web riot)」라는 형식의 새로운 방송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웹 라이어트」는 MTV 시청자에게 뮤직비디오 화면을 보여주고 퀴즈를 낸 다음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답을 보내는 사람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게임쇼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MTV는 자신의 채널을 시청하는 사람 중 51%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N세대라는 점에 착안, 이같은 게임쇼를 편성했다고 밝혔다. 『많은 젊은이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동안에도 MTV를 그대로 틀어놓고 있다』며 인터넷이 TV프로그램 편성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MTV측의 설명이다. MTV만이 아니다.

 월트디즈니그룹 산하의 지상파 네트워크인 ABC와 스포츠 채널인 ESPN도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일례로 ABC와 ESPN은 프로미식축구(NFL)경기를 중계방송하는 동안 시청자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형식의 게임쇼에 참가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게임쇼는 단순히 「누가 우승팀이 될 것인가」 「누가 최우수 선수가 될 것인가」 등을 물어보는 고전적 수법의 이벤트가 결코 아니다. 「다음에는 어떤 작전이 나올 것인가」 「3쿼터에는 몇점을 올릴 것인가」 등등 보다 흥미진진한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요구한다. 흔히 말하는 「대화형 TV방송」이 인터넷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방송사들은 인터넷의 열풍을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는 것일까. 방송의 미래를 어느 정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문화산업부·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