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26)

AOL 스티브 케이스

 통신공룡 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

 그는 마이클 델과 함께 실리콘밸리보다 오히려 월스트리트 증권가에 더 잘 어울리는 인물로도 지목받고 있다.

 그만큼 천부적인 투자감각을 지니고 있는 경영자라는 의미다.

 케이스의 타고난 기업가 정신은 어린 시절부터 싹텄다.

 하와이 호놀룰루 출생인 그는 불과 10세때 형 대니얼 케이스(투자은행 햄브레흐트 앤드 퀴스트의 최고경영자)와 함께 관광객들에게 레모네이드를 파는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11세때는 이를 확장해 잡화상을 열기도 했다.

 80년 매사추세츠 윌리엄스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케이스는 몇년간을 펩시콜라와 프록터&갬블, 피자헛에서 일했다.

 미용체인점에서 손님들의 머리를 감기거나 피자헛에서 피자 토핑을 얹는 일을 하면서도 그는 소비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피자헛 근무때는 매일 10조각의 피자만 먹으며 몇주 동안 신제품 개발에 매달려 근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85년 AOL(당시 퀀텀컴퓨터)을 공동 설립할 때부터 온라인 서비스가 일상생활 속에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 비저너리(Visionary)였다.

 당시는 흑백사진 한장을 다운로드하는 데 30분이나 걸려 불편하기 짝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케이스는 통신망으로 전세계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를 구상했다.

 복잡한 명령어 때문에 온라인에서 길을 잃기 쉬웠던 초보 이용자들을 간단한 화면구성과 큼직한 버튼으로 끌어들이면서 AOL은 성장을 거듭했다.

 92년 회장으로 취임한 케이스는 AOL의 접속 프로그램을 잡지나 일상 생활용품에 끼워 무료로 배포하는 전략으로 5년간 가입자수를 14배나 증가시켰고 매출도 70배로 키워냈다.

 90년대 케이스 회장은 시장을 융단폭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AOL 소프트웨어 디스크를 잡지부록이나 기내 등 어디서나 나눠줬는데 이같은 무료 디스켓 배포전략은 이제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를 위한 마케팅의 고전으로 통할 정도다.

 이제 야후와 함께 인터넷 포털업체를 대표하게 된 케이스 회장은 지난해 넷스케이프 인수로 또한번 모험을 감행했다.

 케이스는 넷스케이프 인수에 선마이크로시스템스까지 참여시킴으로써 인터넷 접속(AOL)-이용(넷스케이프)-프로그래밍(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강력한 연합구도를 형성했다.

 추진력과 비전을 지닌 CEO로 명성을 쌓아온 케이스 회장이지만 그의 사생활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몇년 전 자회사 사장 진 빌라누에바와의 로맨스를 언론에 털어 놓았다가 그녀가 사직하는 해프닝을 빚은 것을 제외하면 스캔들도 없다.

 더 더(The The), 그리고 더 밴스(The Vans)라는 뉴웨이브 록그룹에서 노래를 했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부터 TV채널을 돌리듯 간편하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시대를 예견했던 그가 다가올 밀레니엄에는 또 어떤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 실리콘밸리가 주목하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